'내 루돌프'를 작곡한 범도가 매드몬스터도 모르는 비밀을 털어놨다

2021-05-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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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가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범도를 최초로 만났다
“내 루돌프가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요”

[권상민의 파 프롬 차트(Far From Chart)] <2> 범도

음원 차트 진입이 노래의 성공을 의미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총공과 음원 사재기는 차치하더라도 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노래가 많습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가는 노래도 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와 듣는 재미를 바탕으로 리스너들의 입소문을 타는 경우죠. '파 프롬 차트'는 그런 노래와 가수를 알리는 연재 기사입니다.

매드몬스터 '내 루돌프' Official MV / 유튜브, 빵송국

그룹 매드몬스터의 싱글 '내 루돌프'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8일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넘더니 지난 14일에는 500만을 돌파했다. 멤버 탄과 제이호는 멜론스테이션, 네이버나우, 엠카운트다운에 연달아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루돌프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곡 자체의 매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개그맨 부캐들의 장난으로 한두 번 듣고 넘기기에 이 곡은 너무 잘 만들었다. 청량한 멜로디와 독특한 가사, 작정하고 버무린 오토튠이 웬만한 아이돌 신곡보다 중독적이다. B급인 척하는 A급의 등장이랄까.

대체 누가 어떻게 이 곡을 만들었을까? 위키트리는 내 루돌프를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범도를 만나 최초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7일 오금동 범도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작업실에서의 범도 / 이하 모두 범도 제공
작업실에서의 범도 / 이하 모두 범도 제공

범도는 "요즘 빵송국 평균 조회수가 점점 올라가 100만은 넘겠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며 "들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쩌다 곡을 만들게 됐는지를 묻자 범도는 곽범과의 오랜 인연을 언급했다. 중학교 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고등학교에서 '시나브로'라는 스쿨밴드를 함께 하며 절친이 됐다. 이후 범도가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곽범이 KBS 27기 개그맨이 된 후에도 둘은 꾸준히 만나 음악 얘기를 나눴다.

부진을 이어가던 개그콘서트가 지난해 5월 결국 폐지되자 곽범은 두 기수 아래인 이창호와 발 빠르게 유튜브 채널 '빵송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구상해왔던 음악 페이크 다큐를 해보자며 범도를 불러들였다. 그렇게 범도는 빵송국의 한 코너 'SOUL특별시'에 출연하게 됐다.

범도는 곽범이 음악에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 자신에게 얼마나 고마운 친구인지 강조했다. "범이는 그때부터 이미 큰 그림을 갖고 있었어요. 가수 부캐로 활동하다 나중에 진짜로 곡을 발매하면 재밌겠다며 같이 곡을 만들자고 했거든요. 오랜 친구랑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고맙고 뿌듯했어요"

왼쪽부터 곽범, 범도, 이창호 / 유튜브 '빵송국'
왼쪽부터 곽범, 범도, 이창호 / 유튜브 '빵송국'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전문적으로 곡을 만들어 본 적이 없던 곽범·이창호는 작사도 어려워했다. 지지부진하던 작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물꼬를 텄다. 곽범·이창호가 'MadTV' 2화에서 즉흥적으로 '이 어둠을 빨간 코로 비춰줄래'라고 흥얼거린 것이다.

범도는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가사에다 비트를 입혀 두 사람에게 들려줬다. 둘은 너무 좋다며 나머지 가사를 써왔고 범도는 비트를 추가했다. 내 루돌프의 탄생이었다.

범도는 멤버들 목소리를 보정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오토튠은 이펙터로 쓰일 뿐, 음정과 박자를 맞추는 작업은 별개인데 여기서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한 거라..."며 웃었다.

매드몬스터 멤버들도 모르는 작업 비화가 있는지 묻자 범도는 '코코코 레드코' 부분에서 자기 목소리를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제이호가 몇 번 녹음했지만 의도했던 느낌이 살지 않았어요. 고민을 계속하다 가이드 버전으로 녹음했던 제 목소리를 넣었어요. 제이호 목소리나 제 목소리, 어차피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왜곡을 많이 한 상태였거든요"

범도
범도

범도는 인터뷰 중간중간 내 루돌프에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웃기려고 만드는 콘텐츠라도 노래 자체는 좋아야 한다는 소신을 비췄다. "사람들이 내 루돌프를 '음악'으로 듣기 원했다"며 "장난으로 들리면 한두 번 웃고 다시 듣지 않을 테니까 최대한 잘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범도는 왜 그렇게까지 내 루돌프에 진심이었을까? 그가 세상에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서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을 '방구석 뮤지션'이라 불렀다. 올해 서른여섯이 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지냈다는 이유로. 그렇다고 발표한 앨범이 많지도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부족한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며 지난 세월을 설명했다.

"군대 제대하고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봐도 노래, 기타, 편곡 실력이 전부 부족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키우자며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10년이 되었네요"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내 루돌프로 모두가 부러워할 히트곡을 내놓았지만 범도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싱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총 두 곡으로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라 늦어도 6월 중에는 발매할 예정이다. 범도는 첫 앨범이라 떨리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앨범이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