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세워졌다는 전설의 '피사의 사탑'
2021-04-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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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중 한쪽으로 갸우뚱한 아산 오피스텔
부실공사가 원인…“입주자 없었던 게 다행”

이탈리아 명물 '피사의 사탑'은 12세기에 완성된 원통형 8층 대리석 탑이다. 약 5.5도 기울어진 채 800여년을 버텨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멀쩡했다면 유명해지지 못했겠지만 외려 망가져서 관광명소가 된 건축물의 대명사다.

한국에도 한때 완공 직전에 한쪽으로 구부러져 '한국판 피사의 사탑'이라 조롱받았던 건물이 있었다.
2014년 5월 충난 아산시 둔포면 아산테크노밸리 내에 신축중인 쌍둥이 오피스텔 건물 중 하나가 심하게 기울어져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피사의 사탑 기울기 각도는 중심축으로부터 약 5.5도인데 반해, 이 건물은 30도나 기울었다.
7층 규모의 이 건물은 준공을 앞두고 내부 공사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이 옆으로 갸우뚱하더니 1층 기둥이 침하됐고 건물에 균열이 발생해 붕괴 위험에 놓였다. 다행히 사고 당시 건물 내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바로 옆에는 이 건물과 똑같은 형태의 오피스텔에서 인부들이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부들은 건물이 기울자 곧바로 대피했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해당 부지는 아산테크노밸리 조성 전 저수지였다. 때문에 지반 침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지 조성 과정에서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반 공사는 (주)한화도시개발이 2012년 완료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곳은 과거 저수지 수렁논으로 저수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지반이 약해 농기계가 못 들어가고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며 약한 지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화도시개발 측은 "해당 지역 지반공사는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실시했고 문제가 없었다"며 "부지에 대한 기초를 만드는 것은 건축주의 몫"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부실 철거 논란도 따랐다.
애초 아산시 등은 건물을 철거하는 데 이르면 2일, 늦으면 20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업체가 건물 부수기에 들어간지 약 3시간 만에 건물이 와르르 주저앉았다. 오피스텔 한 동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철거에 투입된 근로자 7, 8명이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시공도 철거도 안전불감증으로 강행됐다는 바판이 나왔다.
해당 사고가 발생하기 약 한달 전 세월호 참사가 있었기에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진 배경도 이 사고와 유사하다. 원래 피사지방이 저습지였던 탓에 지반이 부드러웠던 데다 고층 탑을 쌓았음에도 아래로는 3m 정도밖에 파지 않아 하중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