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0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BMW에 정말 수상한 글씨가 적혀 있어요'

2021-04-11 20:15

add remove print link

딜러가 전시차량 알고 팔아야 '사기죄'
모르고 팔았다면 손해배상 책임만 가능

BMW 630i GT / BMW 코리아 홈페이지
BMW 630i GT / BMW 코리아 홈페이지
BMW 630i GT / BMW 코리아 홈페이지
BMW 630i GT / BMW 코리아 홈페이지
신차로 알고 9000여만원을 들여 산 BMW 차량이 알고보니 한동안 전시장에 전시됐던 차인 것으로 드러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판매사 측에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지난 4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A씨는 BMW 판매사인 동성모터스 부산 모 지점에서 9200만원 상당 BMW 630i GT 모델을 계약했다.

들뜬 마음으로 해당 차량을 인수해 구석구석 살펴보던 A씨는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차량 내부 아이보리색 시트에 검은 때가 묻어 있던 것.

정체불명 얼룩의 원인은 바로 밝혀졌다. 차량 매뉴얼 책자에 붙여진 '전주 전시장 전시차량'이라는 스티커가 발견된 것이었다. 해당 전시장에 연락한 결과, 실제 전시됐던 제품과 동일했던 차량임을 A씨는 확인했다.

A씨는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시차량이란 얘기를 들은 바 없다. 딜러에 따지니 "전산상 해당 차량이 재고로 잡혀 있어 계약을 진행한 것"이라 해명했다고 한다.

BMW 본사에서는 얼룩진 시트만을 해결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시트 복구가 아닌 보증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전시차량을 새 차로 둔갑시켜 파는 건 소비자 우롱"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 전시차량 알고 팔아야 '사기죄'

생산 후 출고대기장에서 대기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선박에 실려 국내로 수입되기에 각 딜러사의 영업소나 전시장 등에서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전시용과 출고용 차량이 별도로 분류되지 않아 전시용 차량을 신차인 줄 알고 파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딜러가 전시차량이라는 걸 알고도 신차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2009년 법원은 전시용 SUV 차량을 새 차로 속여 판매한 영업사원에게 법원이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즉 딜러를 고소하려면 그에게 고객을 속여 차를 팔려는 고의가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선 현재까지 그런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 모르고 팔아도 손배책임은 인정

전시차량인 줄 모르고 팔았더라도 딜러사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민법은 판매자의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한다. 구매한 물건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매자는 계약 해지를, 일부 하자가 있는 경우라면 판매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구매한 차량이 시트 등에 얼룩이 없고 주행거리도 0km일 것으로 기대했기에, 전시차량이라는 사실은 민법상 하자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물건의 판매자는 목적물의 구체적 사항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A씨는 신의성실 원칙상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의 취소없이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도 있다.

검은 때가 탄 아이보리색 차량 시트 / 연합뉴스
검은 때가 탄 아이보리색 차량 시트 / 연합뉴스
매뉴얼 책자에 붙어있는 전시 차량 표시 / 연합뉴스
매뉴얼 책자에 붙어있는 전시 차량 표시 / 연합뉴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