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뚝뚝했던 안성탕면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눈물 흘리며 남긴 말 (영상)
2021-03-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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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탕면만 먹었던 박병구 할아버지의 슬픈 사연
생전 마지막 인터뷰 영상, 네티즌들 눈시울 붉혀
삼시 세끼 농심 '안성탕면'만 먹어 화제가 된 박병구 할아버지가 지난해 5월 향년 92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평생 무뚝뚝했던 박 할아버지가 별세하기 전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도 알려져 사람들을 울렸다.
한국경제TV는 지난 2019년 5월 '망백(望百: 91세)'을 맞은 박 할아버지를 직접 만났다. 당시 인터뷰 영상은 뒤늦게 전해진 할아버지 별세 소식과 함께 안타까움을 줬다.
박 할아버지는 취재진이 찾아간 날에도 밥 대신 안성탕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박 할아버지는 "내가 조선(한국) 지역은 다 다녔어. 내가 군인 시절 때 다 다녔지"라며 살아온 얘기를 꺼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남편이) 옛날에 6.25 (한국전쟁) 때 포로로 이북에 잡혀가지고 3년 동안 먹지도 못하고 고생했다 그러더라"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91세야 지금 나이가. 죽을 때가 됐어 이제. 내가 95세면 라면을 50년 먹어요. 마흔다섯 살부터 라면 먹기 시작했는데 여지껏 라면이야. 한때는 내가 두 봉씩 먹었어. 그런데 이제는 많이 줄었어. 라면 한 봉지면 세 번, 네 번 이렇게 나눠 먹어요. 그러니까 죽을 날이 이제 가까워 온 거예요. 나만 떠들지 듣질 못해요. 이제는 죽어야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 양반은 생전 눈물을 안 흘렸는데..."라고 말하던 할머니도 박 할아버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있으니까 여태 저러고 있지. 그렇지 않으면 뭐..."라며 흐느꼈다.
다음은 박병구 할아버지 인터뷰 영상이다.
지난 22일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농심의 VIP셨던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여기에는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에 달린 댓글이 캡처돼 있었다.
해당 댓글에는 박 할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했던 박 할아버지는 지난해 5월 별세했다. 향년 92세.
박 할아버지의 유족은 해당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박병구 할아버지 외손자입니다. 2020년 5월 23일 오후 11시 49분 운명하셨습니다. 이 자리에 농심 관계자분께서도 와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농심께 감사드리고 저희 외할아버지 좋은 곳에 가시도록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1994년 박 할아버지의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뒤 20여 년간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박 할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농심의 VIP'였다.
박 할아버지가 라면만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하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앓았던 장 질환 때문이다. 박 할아버지는 1972년부터 어떤 음식을 먹든 토하게 됐다. 주변에서 온갖 좋은 음식과 약을 권유받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고 라면을 먹고 '뜻밖의 편안함'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거짓말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함께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꼈다. 이제 살았다는 생각과 삶의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라면에 눈뜬 박 할아버지는 여러 라면을 먹어봤지만, 농심 '소고기라면'만큼 맛있고 속도 편한 라면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삼시 세끼 소고기라면만 고집했고 이후 '해피라면'에서 현재의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 안성탕면이 1983년 출시됐고 해피라면이 1990년대 초반에 단종됐다는 점에서 미뤄 볼 때 그는 적어도 30년 이상을 안성탕면만 먹어온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