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제조기’ 유명 작곡가가 밝히는 “요즘 노래에 고음이 없는 이유”
2021-02-07 16:57
add remove print link
사실은 ‘기술의 발전’과 큰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
누리꾼들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사실은 가창력 부족이 문제 아닐까”
예전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 가수들의 전성기였다. 박정현, 김경호, 자우림의 김윤아, 소찬휘, 박미경, 김현정, 박완규 등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연달아 고음 명곡들을 발표하며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줬다.
그런데 최근 가요계를 보면 고음 가수들의 존재감이 많이 옅어진 느낌이다. 대부분의 노래는 나지막하고 평온한 톤을 가지고 있으며, 인기 있는 노래들은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듯한 창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고음 노래가 ‘대세’에서 멀어지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왕년에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던 어느 프로 작곡가가 방송에 나와서 그 이유를 밝혀줬다.
에펨코리아, 와이고수, 소울드레서, 더쿠, 이토랜드, 보배드림, 인벤, 개드립, 네이트판 등 국내 여러 온라인 사이트에 ‘작곡가 주영훈이 생각하는 요즘 노래에 고음이 드문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지난달 17일 SBS에서 방영된 음악쇼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3회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여러 장 첨부돼 있었다.
해당 방송에서는 ‘90년대 댄스뮤직’을 다루며 그 당시 가수들이 경쟁적으로 ‘고음 전쟁’을 벌였던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90년대 엄정화, 코요태, 김현정, 터보 등 수많은 가수들의 히트곡을 만들어 성공시켰고 각종 예능에도 출연해 큰 활약을 벌였던 작곡가 주영훈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 당시 고음 노래를 많이 만든 이유에 대해 실제로 자신이 고음 곡을 많이 쓴 주영훈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당시의 음악 판매 방식은 길거리 가판대에 카세트테이프를 쭉 깔아놓고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와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가판대 스피커에서 음악을 크게 틀었기 때문에 그 소리가 길 건너편까지 들리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이 음악을 주로 접하는 장소는 길거리 스피커 앞과 나이트클럽 등이었고, 모든 음악은 아주 큰 스피커에서 큰 출력으로 송출됐다.
주영훈은 “(그 당시에는) 단단한 고음과 파워풀한 가창력이 있어야 큰 스피커를 울리는 강한 비트를 뚫고 노래가 들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지르는 노래’가 없다”라며 “그 이유는 이어폰의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영훈은 지금 이 순간이 ‘소리를 지르면 시끄럽고 호흡으로 부르는 시대’라며 현재의 음악 문화가 ‘이어폰을 통해 속삭이는 노래를 각자 듣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스피커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유행하는 노래의 스타일도 함께 달라진 것이다.
주영훈의 설명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거나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어느 정도 동의함”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냥 유행이 돌고 도는 것 아닐까?” “요즘 너무 고음인 노래는 듣기가 힘들더라” “그냥 신인 가수들 얼굴 보고 뽑다 보니 가창력이 부족해진 것은 아닐지”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주영훈이 출연해 위의 정보를 공개했던 SBS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지난달 3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일요일 11시 5분에 방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