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에 나와서 고유정의 심리 분석했던 여자경찰, 경찰 그만두고 '배우' 됐다
2021-02-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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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 배우 김윤희 화제
드라마 '시그널' 출연하며 전향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그린 tvN 드라마 ‘시그널'은 SF적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등의 명품 연기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 드라마 속에 또 하나의 키포인트가 있다.
9회차에서 홍원동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형사 차수현(김혜수)이 피해자들이 다닌 골목을 배회하는 장면은 이전 수사물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범인의 시각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각으로 사건 현장을 다시 본 것이다.
홍원동 사건을 구성하는 데는 작가나 PD보다, 피해여성으로 출연한 초보 단역 배우의 공이 컸다. 바로 김윤희 배우다.
김윤희는 극중 사건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엽기토끼 사건)을 프로파일링한 경험이 있다. 프로파일러 출신 배우는 그녀가 사실상 처음이다.
경찰청 특채 프로파일러 1기 수석 출신인 그녀는 약 5년간 여러 사건에서 활약했다.
프로파일러는 증거가 불충분한 강력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심층 수사를 위해 투입되는 범죄심리분석관이다. 일반 수사기법으로 한계가 있는 범죄를 데이터 마이닝과 패턴 분석을 통해 단서를 찾는다.
워낙 희귀한 직업이라 프로파일링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수가 몹시 적어 FBI(연방수사국) 정도나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도 2016년 기준 경찰청에 40여명의 프로파일러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심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고 범죄심리학을 공부한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프로파일러의 지원 자격을 갖게 된다.
김윤희도 서강대에서 경영학과 함께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도 밟았다.
졸업 후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에 응시해 합격했다. 6개월 가량 훈련과정 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5년 간 프로파일러로 일했다. 총 8년 정도 경찰 제복을 입었다.
그녀는 프로파일러로 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최근 케이블 예능프로에 출연해 "퇴근 후 저도 모르게 현관문을 닫자마자 엉엉 울었던 경우들이 많았다. 사건들이 제 안에 쌓였다"고 토로했다.
본업을 그만두고 배우 길을 걸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2016년 방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이었다.
스타 작가인 김은희 작가의 요청으로 자문을 위한 보조작가로 참여했다. 나아가 자신이 프로파일링을 했던 '엽기토끼 사건' 피해자로 분해 연기하기도 했다.
김윤희는 "‘시그널’ 엽기토끼 사건 피해자로 출연했다. 제가 프로파일링한 피해자였는데 (피해자의) 가는 길이 얼마나 쓸쓸했을까 많이 생각했다"며 "그때 배우들이 보내주는 에너지로 평화를 찾았고 배우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차가웠다고. 김윤희는 "주변에서 '뭐하는 짓이냐, 왜 쓸 데 없는 짓해' 이 얘기를 되게 많이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김윤희는 2019년 JTBC 사회 뉴스 토크 프로그램 '사건반장'에 패널로 출연해 고유정, 장대호 등 희대의 사건 속 범인들을 집중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