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20개 배송한 택배기사가 사망하기 전에 보낸 문자메시지 공개됐다

2020-10-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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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20개 들고 나왔어요… 집에 들어가면 새벽 5시”
“한숨 못자고 나와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힘들어요”

16일 한진택배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차에 싣고 있다. 올해 8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하면서 정부가 '택배물량 종사자 관리 일일보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택배사가 건강 상태를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고 국토교통부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뉴스1
16일 한진택배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차에 싣고 있다. 올해 8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하면서 정부가 '택배물량 종사자 관리 일일보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택배사가 건강 상태를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고 국토교통부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뉴스1
택배노동자가 숨지기 전 동료들에게 보낸 가슴 아픈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숨진 노동자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사실상 유서와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36)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출근하지 않자 영업소장이 119에 연락해 김 씨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숨진 상태였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노조는 김씨가 과로를 견디다 못해 숨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8일 동료 택배기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입수해 KBS가 18일 보도했는데, 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노조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방송이 공개한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에 따르면 메시지 발송 시각은 새벽 4시 28분. 김씨가 집으로 가다 작성한 이 문자메시지에는 김씨가 맡은 물량이 얼마나 많은지, 많은 물량 때문에 김씨가 얼마나 큰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저 16번지 안 받으면 안 될까 해서요. 오늘 420개 들고나와서 지금까지 하월곡 램프 타고 집에 가고 있습니다. 오늘 280개 들고 배밭골 9시에 들어와서 다 차지도(배송하지도) 못하고 가고 있어요. 중간에 끊고 가려고 해도 오늘 보셨겠지만 재운 곳도 많고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 저 집에 가면 (새벽) 5시에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모어제도 집에 도착 2시. 오늘 5시. 형들이 저 돈 벌어라 하는 건 알겠는데 장담하는데 있다가도 또 똑같이 돼요. 저 너무 힘들어요.

김씨가 맡은 물량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노조 관계자는 KBS 인터뷰에서 "한진택배에서 (하루에) 420개 물량을 배송했다는 건, CJ대한통운으로 치면 800~900개를 담당했다는 뜻"이라며 "한진택배는 배송을 맡는 구역 범위가 (CJ에 비해) 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진택배 기사가 420개를 배송한다는 건 다른 기사들도 놀랄 물량"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개 동에 CJ대한통운은 기사 5~6명이 투입되는데, 한진택배는 1~2명 정도가 투입된다. 경력 있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CJ가 1시간에 50~60개를 배송할 수 있는데 한진택배는 많아야 30~40개 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숨진 김씨가 1시간에 30개 정도 배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20개면 12시간이 필요한데, 새벽에 터미널로 출근해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 4시에 배송을 시작한다면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새벽 4시에 일을 마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살인적일 정도로 배송 물량이 많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휴일 자택에서 평소 지병인 심장혈관 장애)으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판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적일 정도로 과다한 업무량이 지병에 미쳤을 영향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숨진 택배기사가 동료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택배기사가 실제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닙니다.
숨진 택배기사가 동료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택배기사가 실제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닙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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