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필름 이렇게 만듭니다” 스튜디오 치즈 은성 작가를 만났다
2020-09-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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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치즈필름' 제작사 스튜디오 치즈 은성 작가 인터뷰
“치즈필름만의 톤 앤 매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치즈필름'은 중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그린 웹드라마다. 따뜻한 분위기와 서정적인 음악, 순수함이 돋보이는 배우들의 연기가 특징이다. 입소문을 타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바라보는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웹드라마 업계에서 치즈필름은 꽤 독특한 모델이다. 많은 제작사가 대기업 자본과 아이돌 배우를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치즈필름은 흔한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는다. 배우들 의상과 가방, 화장품에 으레 붙는 광고며 협찬도 치즈필름에서는 볼 수 없다.
대체 누가 어떻게 이 웹드라마를 만들고 있을까?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기자는 스튜디오 치즈 대표 은성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마포구 상암동 위키트리 사옥에서 진행했다.
Q. 치즈필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17년 2월 영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습작을 유튜브에 올린 게 시작이다.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에 가까웠다. 나도 원년 멤버가 아니라 가끔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활동 비중이 늘면서 2018년 12월 치즈필름 대표를 맡게 됐다. 스튜디오 치즈 법인 설립은 2020년 7월에야 이뤄졌다.
Q. 치즈필름과 스튜디오 치즈의 관계가 궁금하다.
A. 치즈필름은 채널이고 스튜디오 치즈는 제작사다. 치즈필름을 만들면서 드라마 제작 의뢰를 많이 받았는데 인력이나 일정 문제로 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튜디오 치즈를 설립했다. 현재 치즈필름을 제외하고 다른 유튜브 채널이나 OTT 서비스에 공개할 작품 3개를 제작 중이다.
Q.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웹드라마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A. 저희는 치즈필름을 내세우지 않는 광고 회사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수익은 주로 광고 회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치즈필름에서는 무리하게 수익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웃음).
Q. 그래서일까, 다른 웹드라마에 비해서 치즈필름은 광고가 많지 않더라.
A. 피피엘 광고는 단가가 너무 낮아 진행하지 않는다. 브랜디드 광고도 치즈필름과 성향이 맞을 때만 진행한다. 치즈필름으로 인한 수익은 직원들 급여와 배우들 페이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내고 있다.
Q. 일종의 작가주의라고 볼 수 있을까?
A. 그건 아니다(웃음). 애초에 유튜브 웹드라마 광고 단가라는 게 높지 않다. 그럴 바에야 다른 걸로(광고 회사)로 수익을 내는 게 훨씬 낫다고 현실적인 판단을 한 거다. 게다가 치즈필름은 워크플로우가 타이트하다. 광고를 집어넣으려면 시나리오가 한두 달 전에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
Q. 하긴 일주일에 한 편을 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워크플로우가 궁금하다.
A. 배우분들에게 대본을 이틀 전에는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촬영은 보통 하루면 끝난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촬영을 하고 바로 다음날 업로드한다. 1편 제작에 3일이 걸린다. 생각보다 빠듯하죠?(웃음)
Q. 치즈필름의 시나리오에 자주 감탄한다. 작가분들이 궁금하다.
A. 저를 제외하고 3명이다. 유튜브 웹드라마 치고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정도. 업계에서 일을 해보셨던 분들이라 (치즈필름 시청자들과 비교해서) 마냥 어리지는 않다.
Q. 작가분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A. (잠시 고민을 하다) 치즈필름 시청자들이 원하는 드라마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은 그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영감이라기보다는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는다고 할까.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를 도출하는 편이다.
Q. 인상적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다.
A. 4월에 올렸던 '187cm 남사친 155cm 여사친' 편 조회 수가 유독 높았다. 이후 남녀 키 차이에 대한 클리셰를 비틀면서 다른 영상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 '187cm 155cm 커플' 편을 제작했다. 6월에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역시 높게 나왔다. 다섯 편을 올렸던 '남자무리 여사친' 시리즈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다섯 편을 촬영하지 않았다. 첫 편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나머지 편을 제작했다.
Q. 그동안 여러 편을 제작하셨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편이 있다면?
A. '187cm 남사친 155cm 여사친' 편이다. 한 달 만에 구독자가 20만 명 늘었다.
Q. 촬영이 유독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편은?
A. 콕 집어서 한 편이 어려운 것보다 매주 한편을 제작해야 하니까 빠듯한 일정이 아쉽다. 촬영 장소를 탐색하고 배우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짧다.
Q. 작품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다른 웹드라마에 없는 치즈필름만의 강점이 있다면?
A. 치즈필름만의 '톤 앤 매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시리즈보다 단편이 많아 시청자가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Q. 확실히 치즈필름은 남다른 '톤 앤 매너'가 있다. 뭔가 '주황주황'한 느낌이랄까.
A. 댓글에서는 필터라고 하시던데 필터를 쓰지는 않는다(웃음). 대신 색보정을 한 컷 한 컷 열심히 한다. 편집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색보정이다. 사실 요즘 치즈필름은 다른 웹드라마와 비교해서 색감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치즈필름 초기에는 (특유의 색감이) 훨씬 강했다.
Q. 배우들이 입는 교복은 어떻게 만들었나?
A. 직접 코디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품을 팔거나 해외 주문으로 소품을 하나씩 모았다. 가능한 원색으로 상하의가 대비되도록.
Q.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 피아노 음악이 너무 좋다. '딴따다다단 딴다다다'(웃음)
A. 그 음악은 유료 음원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저희는 주로 클래식을 많이 사용한다. 드뷔시나 바흐 같은. 가장 최근에 올라왔던 '내 남사친이 너무 이뻐' 편에서는 드뷔시만 세 곡을 썼다. '달빛', '몽환', '아라베스크'.
Q. 썸네일도 예쁘다. 매 편마다 출연배우들이 등장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A. 썸네일 사진은 촬영 중에 잠깐 찍는다. 따로 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모델이 좋아서(웃음).
Q. 치즈필름이 인기가 많은데 주로 어떤 댓글이나 디엠을 받는지 궁금하다.
A. 배우 오디션을 언제 하냐는 질문이 가장 많다.
Q. 오디션 지원자들을 위한 팁을 알려달라.
A. 지원 영상을 보면 무대 연기, 입시 연기를 보내주신 분들이 많다. 치즈필름은 일상적인 연기를 추구한다. 남사친, 여사친이 서로 티키타카하는, 자연스럽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Q.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질문이다. 작품 속에 동성애 코드가 종종 보이더라.
A. (이성 간의) 로맨스로 보여드릴 수 있는 소재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면 (소재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동성애를) 시도하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다고 할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치즈필름이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회사라면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광고주의 컴펌을 받아야 하니까 어렵지 않겠나. 참, 동성애 연기는 동의하는 배우들에 한해서만 진행한다.
Q. 대화를 해보니 치즈필름과 스튜디오 치즈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올해 꽤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광고회사와 치즈필름이 더 유기적으로 함께 작업해서 새로운 사업 모델로서의 방향을 개척해 나가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에 골드버튼도 받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