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자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2020-09-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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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음주운전 주취 감경 폐지' 촉구
“범죄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원칙인지 의문”
15일 작가 허지웅이 본인 인스타그램에 최근 여러 차례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조두순을 언급하며 '주취 감경 철폐'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15일 SBS허지웅쇼 라디오 오프닝 글로 그는 "또 다시, 음주 사고입니다"라며 최근 을왕리 음주 사고와 대낮에 만취운전으로 6살 아이를 사망케 한 사고를 언급하며 운을 뗐다.
이어 "두 사건 모두 윤창호법이 적용된다고 합니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자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이유였다.
실제 윤창호법으로 지난 2018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해 음주운전 사고는 13.1% 증가했다.
오히려 허지웅은 "주취감경, 혹은 주취감형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라면서 주취 감경 철폐 주장에 더 힘을 실어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두순이 바로 이 주취감경을 통해 형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면서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을 언급했다.
성범죄에 한해 주취 감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례법은 일부 개정되었지만,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심신미약으로 인한 주취 감경이 인정되고 있다.
그는 "또한 음주 상태에서의 성범죄와 운전 모두 애초 범죄 실행을 계획하고 마신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재범률이 높습니다. 적용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취감경을 없애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인이 자기 선택과 의지에 따라 술을 마시고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러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런 상태를 유발한 행위 자체에 이미 위법성이 있다고 봐야합니다"라면서 "이게 왜 가중처벌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입니까. 이게 왜 원칙이 아니라 법감정이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까. 이거 바꿔야 합니다. 우리 몫입니다. 고인의 명복과 유족들의 평안을 빕니다"라며 사고 사망자들을 추도했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이다.
오늘자 sbs허지웅쇼 오프닝입니다. @woongshow103.5
또 다시, 음주 사고입니다. 현재 논란 중인 을왕리 사건 이외에도 대낮에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6살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음주에 관해 유독 너그러운 현행 법체계와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뿌리깊은 문화, 그리고 과도한 음주 능력을 남자답고 멋진 것으로 표현해온 미디어 공동의 책임입니다.
두 사건 모두 윤창호법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저는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자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취감경, 혹은 주취감형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조두순이 바로 이 주취감경을 통해 형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올해 12월 출소합니다. 성범죄에 한해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례법 개정이 이미 몇해 전에 이루어졌습니다만, 저는 이게 범죄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원칙인지 의문입니다. 주취감경의 법리적 근거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에 의도가 있다 보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특례법 개정에서 이미 그 법리적 근거는 깨진 겁니다. 또한 음주 상태에서의 성범죄와 운전 모두 애초 범죄 실행을 계획하고 마신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재범률이 높습니다. 적용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취감경을 없애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성인이 자기 선택과 의지에 따라 술을 마시고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러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런 상태를 유발한 행위 자체에 이미 위법성이 있다고 봐야합니다. 이게 왜 가중처벌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입니까. 이게 왜 원칙이 아니라 법감정이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까. 이거 바꿔야 합니다. 우리 몫입니다. 고인의 명복과 유족들의 평안을 빕니다.
실제로 허지웅 작가가 주장한 법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일명 '조두순 방지법'(형법 일부개정안)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형법 제10조 2항(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에 추가로 4항을 덧붙여 '음주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약물(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에 의한 심신장애의 경우, 형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양형기준에서 음주가 가중 인자로 바뀌게 되면 음주운전 등은 지금보다 더 높게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