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패션 대표 서정인, 사람을 바꾸는 유일한 것
2020-08-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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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대표로서 가난한 현실 앞에서 드는 질문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이 기사는 세바시 쪽에 정식으로 허가 받고 현장에 나가서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입니다.
전 세계 절대 가난 속에 있는 어린이를 살리고 양육하는 일을 하는 수많은 NGO(비정부 기구)가 있다. 컴패션은 그 중 하나로 서정인 대표는 한국컴패션의 대표이자, 후원자다. 그는 얼마 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를 통해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기적과 두 번의 골수이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NGO 기관의 수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러나 효율성과 효과를 따지다보면 문득 한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잊을 때가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엔다카츄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엔다카츄는 컴패션 후원자들의 많은 사랑으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에티오피아 최고의 대학인 아디스아바바에서 약학을 전공했다. 엔다카츄가 자랑스럽게 자란 모습을 보여주고자 후원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는데, 뜻밖에도 삐걱거리며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퀭한 눈, 삐쩍 마른 몸으로 등장한 엔다카츄는 당시 불치병이었던 다제내성결핵에 걸렸다.
“전 세계 컴패션이 함께 후원하고 캐나다에서 직접 시약과 주사기를 공수했을 정도로, 엔다카츄에게 사랑이 부어졌지만 저는 한국컴패션의 대표로서 속상하고 고민스러웠습니다. 하나님께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요? 이 돈이면 다른 어린이들 몇 명을 살릴 수 있는데, 이 아이 한 명에게 이렇게 큰 비용을 쓰는 게 맞는 일인가요’ 라고 질문했지요. 그런데 들려온 반문은 ‘네가 이 아이의 아버지라면…’이었어요. 저는 한 생명의 소중함 앞에 가롯 유다의 마음을 회개했습니다.”
다행히 엔다카츄는 2017년 완치된 모습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 사이 2010년 에티오피아 의학 정보 네트워크(Ethiopian Health Information Network)를 설립하고, 결핵환자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단체(1만5천 명 규모)를 만들어 대표가 되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그가 한국컴패션 대표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골수 기증 권유를 받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결정했지만 불행히도 수술 후 처리 과정에서 그에게 의료 사고가 났다. 또한 얼마 후 기증받은 아이가 재발했다는 소식도 듣게 됐다. 다시 골수를 기증해야 하는 순간 성공률이 1%도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에 기증을 거부하고 싶어 갈등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다시 ‘네가 이 아이의 아버지라면…’이라고 반문했다.
“의료 사고를 겪어보니 너무 두려웠으나,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저는 아이의 부모님께 ‘부끄러운 목사’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 편지에 아이의 부모님은 눈물로 적은 긴 답장을 보내주었지요. 다시 기증 수술을 받았고, 희박한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완치되었으며, 그 아이의 아버지도 골수 기증자가 되었죠.”
사랑받은 한 생명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많은 후원자들의 사랑으로 불치병을 극복하고 남을 돕는 사람으로 거듭난 엔다카츄와 골수 이식을 받아 난치병을 극복한 아이의 아버지가 골수 기증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라는 말이 있다.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 속에서 한 어린이가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을 보는 일은 후원자들만이 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자 큰 기쁨이다. 그가 말한다. “어린이가 자라고, 후원자도 자라는 우리는 컴패션입니다.”
서정인 대표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세바시 유튜브 서정인 편을 시청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