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급에 급발진한 한국살이 17년차 일리야가 올린 글

2020-08-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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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한국으로 귀화한 '비정상회담' 일리야
“한국인들 마인드 아직 글로벌화 덜 돼 개인적으로 씁쓸”

'비정상회담'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토프가 긴 한국생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일리야는 지난 3일 "나같은 백인 외국인을 보면 당연히 관광객 신분으로 또는 단기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겠지라는 선입견적인 생각에 빠지는 한국사람은 상당수다"라며 글을 게재했다.

이하 일리야 인스타그램
이하 일리야 인스타그램

일리야는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인간이 한국에 아예 정착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신기하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면서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가 되었지만 다수 한국사람들이 마인드는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됐다는 건 개인적으로 씁쓸하다"고 적었다.

일리야는 "내가 한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냐면"이라며 자신이 한국에 왔을 풍경을 나열했다. '버스요금'이 700원이었다, '청계천이 없었다. 고가도로였다', '온 대한민국이 '천국의 계단'을 보면서 최지우와 함께 엉엉 울고 있었다'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 풍경이었다.

그는 "내가 한국에 오래 살았는지 구독자 판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 윤은 "한줄 요약: 나이 먹었다"는 댓글을 남겨 웃음을 안겼다.

러시아 출신인 일리야는 지난 2003년 어학연수로 처음 한국을 찾은 뒤 17년 동안 살고있다. 지난 2015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7년에는 정식으로 귀화하며 한국인이 됐다.

일리야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 전문이다.

'우리나라말을 잘 하시네요! 한국에 언제 오셨어요?'

나 같은 백인 외국인을 보면 당연히 관광객 신분으로 또는 단기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겠지라는 선입견적인 생각에 빠지는 한국사람은 상당수다.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인간이 한국에 아예 정착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신기하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가 되었지만 다수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는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됐다는 건 개인적으로 씁쓸하다.

내가 한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냐면,

- 핑클이 막 해체하고 이효리가 솔로 데뷔해서 ‘10 minutes' 싱글 발매했다

- 버스 요금은 700원이었다.

- 물론 파란색, 빨간색, 녹색 버스는 없었다. 다 녹색과 하얀색이 섞고 번호가 2자리수였다.

- 교통카드라는 개념이 없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 옆에 있는 철박스에 지폐나 동전 넣고 잔돈 받았어야 했다.

- 분당선, 신분당선, 9호선, 공항철도 없었다.

- 1호선은 수원역까지만 운행했다.

-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없었다.

- 핸드폰 번호는 011 (SK), 016 (KTF), 019 (LG)로 시작했다. 내 생의 첫 핸드폰은 흑백 폴더형 모토롤라였다. 019이었다.

- 청계천이 없었다. 고가도로였다.

- 온 대한민국이 '천국에 계단'을 보면서 최지우와 함께 엉엉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일부러 교통사고로 자살하면서 자기 눈을 최지우한테 이식 기증했다는 줄거리는 어이 없으면서도 보면서 울었다.

- 천원 지폐는 적색이었다.

-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학생 2명 압사 사건 때문에 연세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반미 시위를 하고 있었다.

- 영화관에서 '장화 홍련', '동갑내기 과외하기', '살인의 추억', '여우계단', '4인용 식탁' 영화들이 개봉했다.

- 어학당 첫학기 중간고사 치르고 우리 반 친구는 우리 한국어 선생님이랑 같이 노래방 가서 그해 히트 오브 히트인 '올인' ost '처음 그날처럼'을 불렀다.

- 미세먼지는커녕, 황사라는 컨셉이 신기하고 새삼스러웠다.

내가 한국에 오래 살았는지 구독자 판단에 맡기겠다.

#일리야 #외국인 #아재 #한국인 #라떼는말야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