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라면과 지금 나오는 라면은 국물 맛이 완전히 딴판이라고?

2020-08-03 12:20

add remove print link

'국민간편식' 라면의 국물은 60년간 어떻게 변화했나
'라면 원조' 삼양라면 국물 처음엔 싱겁고 순했다는데…

농심 신라면(왼쪽)과 오뚜기 진라면.
농심 신라면(왼쪽)과 오뚜기 진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라면이다.

2015년 기준 라면 소비국 1위는 중국이다. 단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72.8개로, 2위인 인도네시아(51.9개)를 가볍게 제친다.

꼬들꼬들한 면발과 얼큰한 육수로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3일 유안타증권은 대한민국 1등 간편식, 라면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1. 한반도에 상륙한 라면

1963년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 처음에는 모양과 맛이 생소해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다 정부가 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혼식과 분식을 권하는 정책을 실시하자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1969년 한 해 무려 1500만 봉지가 판매됐다.

처음 나온 삼양라면은 닭기름에 튀긴 면과 닭고기 국물 맛이 나는 수프로 이뤄져 있었다. 당시 쇠고기가 굉장히 귀했던 탓에 닭으로 육수를 냈다.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지금보다는 아주 싱겁고 순한 맛이었다고 한다.

2. 라면의 황금기, 국민 음식이 되다

이후 육수가 쇠고기 국물로 바뀌고, 짜장라면과 카레 라면 등 다양한 라면들이 출시된다.

1970년도부터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이 쏟아졌고, 1980년대가 되면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들이 나타났다.

신라면과 비빔면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라면 국물이 점점 얼큰해지기 시작한다. 감칠맛도 더해지고, 라면 기술의 발달로 국물이 깊어졌다.

특히 비빔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액상 수프였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라면이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라면의 황금기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에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시기였다. 라면이 가장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었던 때로 본다.

1990년도부터는 확 달라진다.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양을 강조한 일명 기능성 라면이 나온 것이다.

3. 프리미엄, 라면의 변화

1990년대 초반 수프에 MSG를 넣지 않는 회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라면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 MSG의 깊은 맛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건강한 라면은 그저 맛없는 라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건강함을 앞세워 라면을 출시했던 회사들도 조금씩 첨가물을 섞어 맛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1990년대가 지나고 21세기 들어서 웰빙과 오가닉, 로하스라는 단어가 대세가 됐다.

칼로리를 대폭 줄이고, 화학 첨가물도 넣지 않은 회사들이 나왔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라면까지 나타났다. 채소 국물과 버섯으로 국물을 낸 라면이었다.

4. 웰빙, 국물의 시대

이러한 흐름은 2010년을 맞아 크게 변화한다. 빨간 국물에서 벗어나 하얀 국물이 유행했다. 쇠고기 국물에서 닭고기 육수로 다시 돌아가는 현상을 보였다.

이 외에 해산물, 돼지 뼈, 조개 등 다양한 하얀 육수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점차 하얀 국물 라면들이 사라진 것이다.

하얀 라면의 인기가 금방 사그라든 것이 인간의 뇌 구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분석 결과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을 본다. 인간의 뇌는 음식을 빨간색으로 물들이면, 더욱 달고 맛있게 느낀다고 한다. 결국 하얀 국물 라면은 잠깐 반짝하다 다시 빨간 라면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