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떻게 ‘전기차 배터리 왕국’으로 우뚝 섰을까
2020-07-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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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글로벌 점유율 34.8%
높은 기술력, 자동차업계와의 근접성이 만들어낸 성과

국내 기업의 2차전지 사업,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5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국내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34.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4%에서 2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일본과 중국 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하던 기업은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계 테슬라에 물량을 공급하며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의 CATL이었다. 자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나머지 2개 국내 기업 역시 높은 글로벌 순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4위, SK이노베이션은 7위다.

국내 2차 전지 업체들은 어떻게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일까.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한 방송에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이다. 3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LG화학의 경우 1995년부터 2차 전지 대표 기술인 리튬이온배터리를 연구해왔다.
배터리 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그동안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업체들의 시도는 많았으나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단순히 기술을 보유했다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가장 오래 배터리를 개발한 상위 6개 업체의 점유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연구한 업체의 저력이 발휘되는 시장인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 2차전지 업체와 소재 업체 간의 근접성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다.
2차전지를 비롯한 배터리 산업의 핵심은 소재다. 배터리 업체는 소재 공급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소재 업체는 유럽에 위치해 있는데, GM BMW를 비롯한 유럽 전기차 제작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곳은 대부분 한국 기업이다.
글로벌 지역에서 전기차가 성장하는 시장은 유럽이 현재 유일하기 때문에 소재 공급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는데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행보 역시 국내 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처럼 국내 3사가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현재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신규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며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데다 전기차 제작 업체들도 배터리 제공처를 다원화하길 원하기 때문.

특히 현대자동차가 삼성과 전기차 개발 부문에서 협력하며 기존 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천안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을 만났다. 셋은 이날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 만남은 삼성SDI와 현대차가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서로를 중요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전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전기차를 활발히 생산 중인 폭스바겐 도요타 BMW 등 자동차 업체들 역시 독자적으로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2차 전지 업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