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2장만 있으면 나랏돈 748억 원 받습니다. 실화입니다”
2020-07-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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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 PPT 2장으로 나랏돈 748억 원 받아가
이혁진, 상품 설명서 2장으로 나랏돈 748억 원 받아 '특혜 의혹'
파워포인트(PPT) 문서 두 장으로 나랏돈 748억 원을 따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 이야기다.
21일 중앙일보는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공공기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전파진흥원) 700억 원대 기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시한 상품 설명서는 10장이었다. 여기서 회사 상호 및 연락처가 적힌 마지막 장, 회사 소개와 위험 고지 부분 등을 제외하면 상품 관련 내용은 단 두 장뿐이었다.
옵티머스는 이 PPT에 펀드 모집 금액은 100억 원, 투자 기간은 3개월, 목표 수익률은 2.1%로 설정했다. 또 기초투자자산은 국채와 시중 은행 등 안전한 자산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파진흥원 측은 옵티머스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2017년 6월 레포펀트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만기 3개월짜리에 72억 5000만 원, 만기 5개월짜리에 333억 원을 투자했다.
전파진흥원은 이듬해 3월까지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그 금액은 무려 748억 원에 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은 투자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엄격한 제안서 평가를 통해 운용사를 선정해야 함에도 확정금리형 상품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해 투자를 결정하는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전파진흥원 측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옵티머스가 제시한 상품 설명서가 부실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일부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PPT 분량과 상관없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확인한 부분은 수익률이었다. 옵티머스가 다른 회사들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 이 씨(45), 이사 윤 씨(43) 등 핵심 피의자 3명이 구속됐다.
이들의 주요 혐의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등 명목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천 억원을 끌어모은 뒤 실제로는 서류를 조작해 이 씨가 대표인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하는 데 관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혁진(53) 전 옵티머스 대표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 후에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금융정책 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다른 횡령 사건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각에서는 그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