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박원순과…” 조용하던 서지현 검사가 입을 열었다 (전문)
2020-07-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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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페이스북에 故 박원순 시장 언급한 서지현 검사
“공황장애 도져 페이스북은 당분간 떠나있겠다”

여성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던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가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했다.
서지현 검사는 13일 오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서지현 검사는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서지현 검사는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습니다"라며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서지현 검사는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 냈으니 책임지라 했습니다"라고 썼다.
서지현 검사는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습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 말하는 분도 부러웠습니다. 그 부러움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메시지는 더더욱 쏟아졌습니다"라고 했다.
서지현 검사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습니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합니다"라며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썼다.
서지현 검사 글 전문이다.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습니다.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냈으니 책임지라 했습니다.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습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 말하는 분도 부러웠습니다.
그 부러움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메시지는 더더욱 쏟아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고인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이 무죄추정도 모르고 명복을 빌 수 있는게 부럽다는 소릴하냐고 실망이라 했습니다. 저에게는 그리 저를 욕할 수 있는 것조차 얼마나 부러운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해봤을까봐...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보지 않았을까봐...
이 일이 어떤 트리거가 되었는지 알지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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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밖에 있었고,
함께 만나달라는 피해자를 만나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아냥을 받고 의절을 당하기도 하고,
성직자의 부탁을 거절못해 가졌던 만남으로 지탄을 받고 언론사와 분쟁을 겪기도 했습니다.
능력과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말을 해온 것 같습니다.
제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것이
제가 가해자와 공범들과 편견들 위에 단단히 자리잡고 서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뛰어내렸던 그 절벽 어디쯤에 우연히 튀어온 돌뿌리 하나 기적적으로 붙들고
‘저 미친X 3개월 내에 내쫓자’는 그들을 악행과 조롱을 견뎌내며,
내가 그대로 손을 놓아버리면 혹여나 누군가에게 절망이 될까봐, 내 소중한 이들을 지키지 못할까봐
그상태로라도 뭔가 할수있는게 있을거라 믿으며
죽을힘을 다해 위태위태하게 매달려있다는것을
다른 이들이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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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릅니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합니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와중에 손정우를 위험하게 하면 저도 위험해질거라는 경고인지 걱정인지 모를 메시지, 기자들의 취재요청, 이 모든 것은
성치 못한 건강과 약한 성정에 맞지 않는다는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을 무릅쓰고 제가 자초한 일입니다.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도 할수없는 페북은 떠나있겠습니다.
숨을 쉴 수 없는 이유를 주사장에게라도 돌려봐야겠습니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