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자궁경부암 검진과 예방접종

2020-07-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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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암이 26.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이다. 의학의 발달로 암을 제외하고 주요 사망원인이 되는 순환기계 질환이나 감염, 대사성 질환들은 치료에 많은 진전이 있어서 평균수명이 크게 증대된 것이 사실이나, 아직 정복되지 않은 암은 앞으로도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이며 이는 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조기발견 및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자궁경부암

산부인과 전문의 강경석 / 한국건강관리협회
산부인과 전문의 강경석 / 한국건강관리협회

암의 발생빈도를 보면 남녀 통틀어서 위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의 순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에서 여자는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의 순서로 되어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예전에 여성암의 상위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자궁경부암이 지금은 7위로 밀려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산부인과 수련의 생활을 하던 80년대 후반만 해도 침윤성 자궁경부암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며 매주 자궁경부암에 대한 광범위 자궁적출수술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던 자궁경부암은 매년 꾸준히 발병률이 감소하여 현재는 침윤성 자궁경부암을 보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이 진행된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조기발견 조기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일이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의 발생이 현격하게 감소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존재한다. 먼저 진단 시스템이다. 자궁경부암의 검진으로는 세포진검사(일명 Pap smear)가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 과거에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1988년 서술형으로 결과를 기술하는 베데스다 시스템(The Bethesda system)이 도입되어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는 2001년 개정된 베데스다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베데스다 시스템의 도입 결과 전암성 병변(前癌性病變, Precancerous lesion)에 대한 인식과 진단에 현격한 증진이 있었으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치료가 시행된 결과 현재는 진행된 자궁경부암을 보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이 감소된 것에 대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으로서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한 경우, 다중 성관계 상대자, 열악한 위생, 흡연, 경구피임약 복용 등이 생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가 자궁경부암의 거의 확실한 발병 요인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과거에 생각했던 위의 원인들은 결국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된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질병이 있을 때 그 질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어 있고 그 원인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다행스런 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및 2008년부터 접종이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할 것이다.

감염에 의한 암 발생 경로

암 발생의 많은 원인 중에는 감염이 하나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암 사망의 18%가 감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감염이 암을 발생시키는 예를 들어 보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B형 C형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염→간경화→간암이 있고,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자궁경부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의한 임파종이나 비인두암이 있다. ▲세균(박테리아)에 의한 것으로 헬리코박터와 연관된 위암이 있고, ▲기생충에 의한 것으로 간디스토마에 의한 담관암, 주혈흡충증에 의한 방광암이 있다.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1910년 미국의 프란시스 라우스에 의해 처음으로 가능성이 추정되었으나 당시에는 현미경과 바이러스학이 발달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그 사실이 증명되며 프란시스 라우스는 1966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오스트렐리아의 배리 마셜과 로빈 워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2005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으며, 독일의 헤럴드 하우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2008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파필로마바이러스족에 속하는 DNA 바이러스로서 사람만을 숙주로 하고 있는데, 170종이 넘는 아형(subtype)이 존재하며 그중에서 40여종 이상이 성 접촉에 의해 전파되어 성기 주변에 질환을 일으키고 그중 15종이 암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의 99%는 고위험 유형의 HPV에 의해 발생하며, 그중에서 70%는 16번과 18번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1983년과 1984년 헤럴드 하우젠이 자궁경부암 환자에게서 발견한 것도 16번과 18번 바이러스이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6번과 11번 바이러스는 흔히 곤지름(Condyloma)이라고 부르는 음부 사마귀를 발생시킨다.

성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에 한번 이상 HPV 감염을 거치게 되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우리나라 18~79세 여성을 조사한 결과 34.2%에서 HPV 감염 양성소견을 보였으며, 이중 18~29세가 49.9%로 감염률이 가장 높았고 중년에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HP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HPV 감염의 90%는 무증상으로 지나가고 대부분 12~24개월 이내에 자연 소멸한다. 그러나 3~10%에서는 지속형 감염으로 발전하여 수년에서 수십 년 후 암이 발생하는데, 처음 HPV가 감염되고 나서 1년 정도가 지나면 저등급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1)이 발생하고, 1~5년 정도가 지나면 고등급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2,3)으로 진전되며, 그로부터 10~20년 정도가 지나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CIN 1에서 60%는 자연퇴행하고 1%가 암으로 진행하나, CIN 2에서는 5%, CIN 3에서는 12%가 암으로 진행한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여성의 질이나 외음부, 남성의 성기, 항문에도 종양을 일으키고, 구강이나 인후부에서 유두종을 일으키기도 하며, 피부에서는 사마귀를 유발하기도 한다.

예방이 중요한 자궁경부암 :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는 모든 질병에서 지향하는 바이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성 간염과 더불어 백신에 의해 예방이 가능한 대표적인 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가다실(MSD)과 2008년 서바릭스(GSK)가 출시되었고 2017년에는 가다실 9가 출시되었다. 가다실은 HPV 16,18,6,11을 포함한 4가 백신이고, 서바릭스는 HPV 16,18을 포함한 2가 백신이며, 가다실 9는 기존의 HPV 16, 18, 6, 11에 HPV 31, 33, 45, 52, 58을 추가시킨 9가 백신이다. HPV 백신은 이런 유형의 감염을 거의 100% 예방하는데, 자궁경부암의 70%가 HPV 16, 18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20%는 HPV 31, 33, 45, 52, 58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자궁경부암의 90%가 예방 가능하게 되었다. 실제로 영국과 호주에서의 연구 결과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HPV 16,18에 의한 유병률이 현격히 감소하였다.

한편, HPV 감염은 성적 접촉에 의해서 발생되기 때문에 첫 성경험이 있기 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9~15세의 연령에서 접종할 경우 그 이상의 연령에서 접종하는 것보다 면역반응이 높고, 이른 청소년 시기에는 2회만 접종해도 성인에서 3회 접종한 것과 비교하여 면역반응성이 떨어지지 않아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만 12세의 청소년 여성에서 HPV 백신을 2회 접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접종의 방법과 부작용을 좀 더 들어가 보면 다음과 같다. 권장 접종연령은 만 12세로서(가다실은 9~13세, 서바릭스는 9~14세 사이) 0, 6개월의 스케줄로 2회 접종을 실시한다. 이 때, 스케줄에 맞추지 못할 경우 접종간의 간격이 12~15개월을 넘지 않도록 한다. 이 연령을 넘어서면 3회 접종을 실시하는데 가다실은 0, 2, 6개월, 서바릭스는 0, 1, 6개월의 스케줄로 접종을 실시한다. 접종의 부작용으로는 약 80%에서 접종부위의 국소적 통증이 있고, 그 외에 심한 통증, 발열, 두통, 어지러움, 근육통, 오심, 구토, 복통 등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주로 청소년에서 단체접종을 실시할 때 일시적인 실신반응(syncope)이 나타난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어느 예방접종에서나 마찬가지로 HPV 접종에서도 아주 드물게 급성 쇼크 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접종 후에는 20~30분 정도 의료기관에 머물며 관찰하도록 권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는 HPV 백신접종 이후 복합국소통증, 보행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예방접종의 권고수준이 변경되기도 했으나, 전문가위원회의 조사 결과 심리불안반응으로 잠정결론 내려진 바가 있다. HPV 백신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에서도 다양한 자료 분석 결과 백신접종을 중단할 만큼 안전성의 우려가 없으며 여전히 안전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암에 걸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나와 가족이 자궁경부암에 걸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발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어 있고, 그것에 대해 예방 가능한 백신이 있으며,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검진과 조기치료가 용이한 암이라면, 그것은 어떤 면으로 보면 좋은 쪽으로 선택된 암이다. 그것이 과거 여성암에서 상위를 차지하던 자궁경부암이 오늘날 발병률 7위로 밀려난 이유이며,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home 이상호 기자 sanghodi@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