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휩쓸고 있는 카카오T 바이크… 성능에 만족하다 이용요금에 '깜짝'

2020-06-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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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 강점,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최적
다소 비싼 요금과 배터리 방전 문제는 개선점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NHN 등 판교 IT·게임 회사 인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카카오T 바이크 / 김성현 기자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NHN 등 판교 IT·게임 회사 인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카카오T 바이크 / 김성현 기자

대학생 A(25)씨는 경기 판교에 있는 모 기업을 방문하고자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하차했다. 역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약 2㎞. A씨는 버스를 이용하려다 노란색 자전거를 발견했다. ‘카카오T 바이크’였다. 앱을 통해 자전거를 이용한 A씨는 “편리하다”며 “걷기 애매한 목적지로 갈 때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했다.

IT, 게임 기업이 즐비한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선 최근 노란빛 자전거 행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첫선을 보인 카카오T 바이크는 지하철 판교역에서 멀리 떨어진 회사에 근무 중인 직원들이 자주 이용한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자전거’인 까닭에 일반 자전거보다 묵직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와 협업해 지난해 3월부터 카카오T 바이크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인천 연수구(400대)와 경기 성남시(600대)를 시작으로 전주, 울산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20인치(어피치), 24인치(라이언) 두 종류로 운영되는 카카오T 바이크는 시범 서비스 4개월 만에 누적 주행거리 100만㎞를 웃도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판교에서 그 인기가 뜨겁다. 29일 판교 일대를 둘러보면 엔씨소프트, H스퀘어, 네오위즈, NHN, 넥슨, 위메이드의 건물 앞엔 적어도 1대씩 카카오T 바이크가 세워져 있었다. 기자는 카카오T 바이크를 이용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께 판교역 인근을 서성거렸다. 역 근처엔 2, 3대의 자전거가 거치돼 있었다.

카카오T 바이크
카카오T 바이크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카카오T’ 앱 내 ‘바이크’에서 원하는 지역을 선택하면 이용 가능한 자전거들이 나온다. 원하는 자전거를 클릭한 후 후면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하고 잠금을 해제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결제는 신용카드, 휴대폰 등을 통해 이뤄지며 보증금 1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신선한 출근길을 원하거나 만원버스를 피하고 싶은 이용자들이 반길 만했다. 왼쪽 손잡이에 있는 경적을 울리면 꽤 큰 소리가 울리는 덕분에 도보하는 사람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판교역에서 엔씨소프트 R&D센터까지는 버스로 2정거장.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역에서 10분가량 걸린다. 신호 대기 시간을 포함해 카카오T 바이크로 갈 때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카카오T 바이크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와 다르다. 반납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차도나 자동차 옆, 도로 주차를 제외하고 서비스 지역 내 어디든 반납이 가능하다.

오르막길에서도 편리하다. 페달을 밟으면 전기 모터 동력으로 가속하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이라 쉽게 탈 수 있다. 기어 변속 기능도 갖췄다. 오르막길에서 간혹 애를 먹이는 따릉이보다 여러모로 편리하다.

37분 이용한 결과 3630원이 부과됐다. 12분 이용 시 요금은 1130원.
37분 이용한 결과 3630원이 부과됐다. 12분 이용 시 요금은 1130원.

아쉬운 점은 요금이 다소 비싸다는 것. 15분 이내 거리는 기본료(1000원)로 이용할 수 있으나 15분을 넘으면 5분당 50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역에서 엔씨소프트 인근 H스퀘어까지 걸린 시간은 12분(1.27㎞). 보험료를 포함해 1130원이 부과됐다.

판교에 위치한 회사에 재직 중인 B(28)씨는 “지각할 경우 간혹 카카오T 바이크를 이용한다”면서 “역에서 회사까지 환승을 통해 버스로 이동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T 바이크) 요금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해보니 신호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 판교역에서 넥슨·NHN·네오위즈까지는 13, 14분이, 스마일게이트·위메이드까지는 12, 13분이 걸렸다.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15분을 넘길 수도 있다. 운동을 목적으로 타는 이용자들의 경우 1시간 이용에 6000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 한다. 따릉이(1일 2시간권 2000원)보다 비싼 편이다.

배터리 방전속도도 예상보다 빨랐다. 완충 상태에서 30분을 이용하자 배터리 잔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1시간 이상 사용하면 방전된다는 얘기. 배터리가 방전되면 전원이 꺼져 일반 자전거처럼 이용해야 한다.

서비스 1년을 맞은 카카오T 바이크는 연내 서비스 지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 바이크는 대중교통으로도 이동이 불편한 거리를 편리하게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무작정 자전거 수를 늘리기보다 이용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금에 대해선 개인 편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전기 자전거인 까닭에 따릉이 등 다른 자전거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배터리 성능에 대해선 “배터리 방전 속도는 개인별 운행 방식이나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