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부터 마트·엔제리너스까지… 롯데그룹 상황, 심각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2020-06-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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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재고떨이, 마트 무급휴직… 오프라인 쇼핑 초비상
“수익성 악화로 도태… 코로나19 때문 아니다” 냉정 진단
면세점은 재고품을 팔아 손해를 메우고 한다. 대형마트는 점포를 팔고 직원들에게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적자가 나는 해외법인은 이참에 정리하려 한다. 유통 대기업이자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현재 상황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을 시작한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미 전 직원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해당 직원들은 연말까지 20일이나 30일 중 기간을 정해 무급휴직을 하게 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슈퍼)와 양판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200개 점포를 연내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백화점 5곳, 할인점(마트)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 연내 121개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올해 15개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3일 롯데쇼핑의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을 통해 재고품 판매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품의 누적 재고가 증가하자, 관세청은 지난 4월 한시적으로 면제품 재고를 국내에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롯데면세점은 200억원 규모의 면세 상품 재고 물량을 롯데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통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부터 주 4일제나 주 3일제, 무급 휴직 신청도 받고 있다.
가전·전자제품 매장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이 대상이 됐다. 해당 조건에 맞는 직원은 80여명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2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9%까지 감소했다.
올해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리아는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출 9년 만이다. 오는 29일을 기점으로 자카르타 수도권에 남아있던 롯데리아 매장 16개와 엔제리너스커피(Angel-in-Us Coffee) 매장 1개를 폐점한다.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다른 유통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공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인 곳들이다.
한편, 다른 유통업체들도 사정은 좋지 않다. 홈플러스는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임일순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반납했다. 신세계 이마트와 한화갤러리아도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이미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은 예견됐다. 코로나19란 변수는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고 유통업계는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리된 회사나 사업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없어질 것들이었다고 본다.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정리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