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NO’ 중국은 ‘OK’…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K-게임

2020-06-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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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넷이즈 등 중국발 게임 강세 지속
판호 미발급 이어 최근 저작권 침해 이슈

'미르의 전설 2'와 '던전 앤 파이터'.
'미르의 전설 2'와 '던전 앤 파이터'.

지난해 중국 게임업체가 자체 개발 게임으로 국내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약 2조원. 중국 게임 수출 비중 가운데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 게임업계 사정은 어떨까.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허가권) 미발급에 따라 중국으로 향하는 게임 수출은 막혀 있고, 여기에 지식재산권(IP)까지 침해당하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모양새다.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더욱 옥죄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의 해외시장 매출은 115억9000만달러(한화 약 14조원)다. 이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한국 점유비는 14.3%로 미국(30.9%), 일본(22.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 모바일 인기 게임 상위 100개 중 30개를 중국기업이 개발한 것만 봐도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침투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최근 홍콩증권거래소에 정식 상장된 넷이즈(왕이)는 1분기 온라인 게임 매출로만 135억2000만 위안(한화 2조3164억원)을 빨아들였다. 전년 동기보다 14.1% 성장한 수치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1분기 매출을 모두 합산한 수치(2조1685억원)보다 많다. 국내에 지사를 둔 넷이즈는 꾸준히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절대강자 텐센트도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다. 슈퍼셀이 지난 9일 출시한 모바일게임 ‘브롤스타즈’는 최근 중국 앱스토어 매출 TOP 3를 달리는 등 흥행몰이 중이다. 슈퍼셀은 지분 84.3%를 텐센트가 소유하고 있는 국내 중소게임사다. 텐센트는 여기에 넥슨의 야심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여름 출시) 퍼블리싱까지 맡으면서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 야금야금 손을 뻗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갈팡질팡 행보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가 심화된 2017년 3월부터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여전히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이다. 판호가 없으면 국산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화권 지역 수출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18년 46.5%로 14% 감소했다. 2017년(80.7%)의 반 토막이다. 중국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미발급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게임사가 한국 게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최근 한국 중소 게임 개발사의 IP를 도용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피해를 당해도 하소연하기조차 힘들다는 점. 소송을 제기해도 외형이 큰 중국 게임사에 한국 중소업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미르의 전설’ IP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위메이드와 비슷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

중국 게임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형국이다. 텐센트, 넷이즈는 물론 릴리즈 게임즈도 ‘라이즈 오브 킹덤즈’ ‘AFK 아레나’ 등을 내세워 국내 게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수출은커녕 IP 침해를 당하고 있는 한국 게임들과 대조된다.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 부처는 심각성을 인지한 까닭인지 최근 판호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한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게임학회가 지난해 말 성명서를 내고 외교부에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한 결과물이다.

앞서 한국게임학회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사는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받지 못했다. 피해는 수조 원에 이를 것이다. 중국 정부의 판호 미발급으로 인한 한중 간 심각한 게임 시장의 경제적 불균형에 대한 장관의 인식 및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한다”면서 정부에 적극 해결을 요구했다.

이달 초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중국 판호 문제를 두고 “외교부에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며 “쉽지 않겠으나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판호 문제 해결에 힘써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페이스북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마찰에 따라 미국이 IP 침해에 대해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며 “중국도 IP 보호 국가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한국 게임사들도 저작권 침해 관련 승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 회장은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의 경우 저작권 침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공격적인 저작권 보호 정책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FK 아레나'.
'AFK 아레나'.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