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네 마음에 안 드니 빼라”…'황제복무' 공군 병사 만행, 싹 다 폭로됐다

2020-06-14 15:55

add remove print link

'황제병사' 권력 남용, 폭언, 음주운전 은폐 등 폭로돼
공군 측, '기명'으로 조사 진행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황제복무' 논란을 빚은 공군 병사 A 씨의 만행이 추가 폭로되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황제병사'로 문제되고 있는 부대의 직속 부대 비위를 추가적으로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현재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모 공군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라며 "해당 부대 대대장은 폭언, 갑질, 횡령, 사적지시 등 수많은 비위 의혹 중 많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져 가장 가벼운 주의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자들이 공개돼 A 씨는 해당 장병들에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보복을 하고 있다. 작성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청원이 올라간 후 이루어질 2차 가해가 두렵다"라고 말했다.

A 씨의 비위 의혹은 이러하다.

1. 사적지시와 권력 남용

A 씨는 지원계장 윤 모 대위에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관사를 청소하고 분리수거를 시켰다. 또 이미 설치된 쓰레기장을 공병반을 불러 수없이 장소를 옮기게 하고, "영외 쓰레기장에 쓰레기가 없게 하라"는 등 사역을 시켰다.

2. 음주운전 은폐 의혹

A 씨는 배 모 하사가 저지른 음주운전 사건을 본인의 진급을 위해 무마했다. 배 모 하사는 음주 측정 당시 수치가 한참 초과된 것으로 밝혀졌다.

3. 가혹행위

지난해 9월 추석 직전, 장비를 가동시키는 위성병사가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나 A 씨는 위성병사에 장비까지 뜀걸음을 시켰다.

4. 휴식권 침해

A 씨는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각 생활관 대표를 불러 질책하거나 직속참모진·주임원사진에 호통을 치는 등 본인 의사를 관철하려 했다. 최근에는 방패막이로 다른 간부를 내세워 생활관을 순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임원사 조 모 씨에 "상급 부대 주임원사실에 당장 가서 내일까지 본인 부대 상사가 받는 상장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당시 조 모 씨가 A 씨에 연락을 받은 시각은 늦은 저녁이었고, 조 모 씨는 "내일 아침에 가서 찾아오겠다"라고 답했으나 A 씨는 "당장 찾아오라"고 호통쳤다. 조 모 씨는 결국 개인 차량으로 오랜 시간 운전해 상장을 수령했다.

또 A 씨는 음주 뒤에 대리기사를 다루는 듯 휴식 중인 중사를 불러 운전을 시켰다. 그는 "본인 마음에 들 때까지 퇴근하지 말라"고 간부에 명령한 적도 있다. 또 지원계장 윤 모 대위(현재 예비역)에게 B.X.(영내마트)에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라며 새벽 4시 30분까지 근무를 시켰다.

A 씨는 "차기 주임원사는 귀가하지 말고 부대에 무조건 상주할 수 있는 인원으로 뽑으라"고 명령했다.

5. 횡령

A 씨는 본래 폐기·반납 예정이었던 군용 사무책상이나 의자 등을 거주 중인 영외관사와 본인 사무실에 빼돌렸다.

또 그는 영관급 장교임에도 장군급으로 의전을 확대하려 본인 사무실에 내실(침대·샤워장·화장실) 공사 등을 명령했다.

6. 폭언과 갑질

지난해 A 씨는 작전계 윤 모 병장과 작전계장, 지원계 여러 장병이 보는 앞에서 김 모 중사 의자를 발로 차며 "일을 그따위로 하냐"며 호통을 쳤다.

7. 강제 복귀

A 씨는 부모님이 편찮다는 이유로 청원 휴가를 나간 남 모 병장이 '전화를 불손하게 받았다'는 이유로 부대 복귀를 강제로 진행했다.

8. 외모 평가, 꾀병 취급, 모욕 등

A 씨는 정비반 김 모 중사에 "네 얼굴 꼴 좀 봐라. 안경 좀 바꿔라"라며 인격모독을 하고 '구안와사'가 와 얼굴 반쪽이 마비된 간부에 "얼굴 꼬라지를 보라"며 비아냥거렸다. 또 지난해 7월 운영계획담당 장 모 대위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나는 허리가 아픈데도 출근했는데 자기는 안 왔다고 편하네"라고 모욕했다.

이외에도 올해 첫 주간안전종례 당시 이재민 병장에 "이름이 특이하다"며 "태풍이나 홍수로 집을 잃은 사람도 이재민"이라며 웃으며 얘기했다. 전입신병교육, 가족초청행사 전 교육 시에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하자", "너네는 어른이니 힘든 걸 얘기하지 마라", "1303은 누르는 번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A 씨는 지난해 "함무라비 법전을 아나? 눈알을 뽑은 사람에게는 마찬가지로 눈알을 뽑는다. 참 합리적이지 않나? 규정의 양면성이라는 것이다. 보상을 건의할 수도 있지만 휴가제한과 같은 규정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지난해 8월에는 "병 782기 최 씨, 김 씨, 남 씨가 마음에 안 드니, 가점이나 휴가를 받을 만한 업무를 주지 마라"며 "이 사안은 나하고 주임원사하고 으뜸병사밖에 모르니 누출될 경우 책임을 물을 거다"라고 말했다.

공군 측은 A 씨 비위 의혹 조사 당시 '기명'으로 진행해 조사 대상자와 감찰관계자가 아닌 인원들에게 누가 진술을 했는지 밝혔다. A 씨는 여러 내부고발자에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친 사실이 밝혀졌다.

home 최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