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이냐, 직매입이냐…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020-06-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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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경쟁력 확보하려면 직매입 유리” 지적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유연전략 필요” 반론

이커머스 기업들이 직매입을 줄이고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다만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 방식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중개업 시장이다. 판매자는 플랫폼을 제공받는 대가로 중간 사업자인 이커머스 업체에 약 10~13%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오픈마켓의 경우 운영비용 부담이 낮고 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에 단기간 실적 개선에 적합한 모델로 꼽힌다. 최근에는 위메프와 티몬은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오픈마켓에 주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위메프의 직매입 매출 비중은 2017년 53%에서 2019년 25%로 대폭 줄었다. 그나마 현재는 거의 직매입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픈마켓으로 전환한 이후 판매수수료 매출이 전년보다 14.3%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티몬의 오픈마켓 매출 비중은 26%로 알려졌다. 티몬은 직매입 방식의 슈퍼마트 사업을 정리하고 상품 중개에 집중하면서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3월 창사 이래 첫 월 단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문제는 오픈마켓이 장기간 경쟁과 성장을 모색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판매 기회가 열려 있는 오픈마켓은 진입장벽이 낮다. 그렇기에 판매자가 늘수록 겹치는 상품군이 많아지고 경쟁 또한 치열해진다. ‘최저가’를 목매는 까닭에 자연스레 상품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품귀현상을 빚은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에게 가격 조정을 권고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판매 중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짝퉁’ 제품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년~2019년 7월) 오픈마켓에서 판매된 상품 중 압수된 위조 상품은 1130만개, 압수액은 4819억원에 이른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제품이 올라오는 까닭에 각 업체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검열하더라도 위조 상품 적발이 쉽지 않다. 당연히 강제 주문 취소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그 결과 소비자 신뢰를 상실하면서 생필품과 같은 저단가 제품으로만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장기 관점에서도 판매자 양심에 의존한 오픈마켓 운영은 업체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물론 온라인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 계획보다 상황에 알맞은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쿠팡의 경우 오픈마켓 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가 성장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쿠팡의 직매입 비중은 90%가량이다. 오픈마켓 비중을 살짝 늘리는 조치만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힘들다. 오픈마켓과 직매입 모델 모두 장단점이 확실하기에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라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운영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마다 가진 특성이나 경쟁력이 제각각”이라며 “물류 인프라가 갖춰진 쿠팡이나 SSG닷컴의 경우 직매입이 유리하지만 위메프와 티몬 등은 고정비용이 들지 않는 오픈마켓 사업이 더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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