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면 간편식 ‘스파게티’ 2년 만에 대형마트 퇴출
2020-05-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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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고급 식재료 사용에도 소비자 외면
간편식 대신 신라면 ‘건면’ 등 주력상품 집중
라면시장 1위 농심이 ‘면 간편식’을 콘셉트로 야심차게 선보인 ‘스파게티 토마토’가 2년 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29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는 지난해부터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기면 제품이지만, 편의점에서도 씨유(CU)를 제외하고는 GS25와 세븐일레븐 모두 발주를 하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는 워낙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제품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는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고 가정간편식(HMR) 콘셉트를 적용한 첫 컵라면 제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스파게티 토마토’는 2018년 7월 출시했다. 농심이 종이 용기면으로 스파게티 제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당시 농심은 서울 광화문에서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심이 50여 년간 축적한 독자적인 면과 소스 제조 기술을 집약해 면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며 “스파게티 토마토를 앞세워 2020년까지 건면 시장 매출을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실제 스파게티에 사용하는 ‘듀럼밀(Durum Wheat)’을 사용해 차별화했다. 판매가는 개당 1600원이다. 고급 메뉴인 파스타를 10~20대 소비자까지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했다고 농심은 설명했다.
철저한 준비 끝에 내놓은 신제품이었지만, 스파게티 토마토는 2년 만에 주요 유통채널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됐다. 식품업계는 농심 스타게티 토마토 매출 하락 원인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콘셉트가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차별화를 위해 사용한 듀럼밀 때문에 제품 조리시간도 다른 컵라면보다 2분 가량 길었다.
A라면회사 관계자는 “스파게티 볶음류는 초·중·고 어린학생들이 주로 찾는데, 컵라면에 고급 간편식이란 설정을 입히면서 타깃 설정이 잘못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스파게티 토마토 판매처가 줄긴 했지만 단종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 출시 8개월 뒤인 2019년 2월 ‘신라면 건면’을 선보이고, 건면 밀어주기에 나섰다. 신라면 건면은 출시 후 올해 5월 현재까지 누적판매량 7500만개를 넘겼다. 지난 18일 신라면 건면 봉지면에 이어 용기면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