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 선고받을 때 읊은 최후진술 작성했다
2020-05-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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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옥중서 “날 죽이려는 사람들 모두 용서”
용서 강조한 김대중 옥중수필 등 사료 2점 공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는 김대중 15대 대통령의 어록이 떠 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용서’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가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됐을 당시 자신을 박해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용서한다는 심경을 담아 작성한 옥중수필이 공개됐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세력이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윤동가 20여명에 대해 북한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계획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적용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을 뜻한다.
김대중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14일 공개한 옥중수필은 김 전 대통령이 사형수로 있던 시절인 1980년 9월 17일부터 1981년 1월 23일까지 친필로 적은 수필 14편 중 하나다.
그는 "나는 나의 그리스챤(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과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겠다는 신념을 (19)76년의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투옥된 후 굳게 하며 그 이후에 일관했다"면서 "지금 나를 이러한 지경에 둔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어떠한 증오나 보복심을 갖지 않으며 이를 하느님 앞에 조석(朝夕)으로 다짐한다. 하느님은 나의 행적대로 심판하실 것이고 우리 국민도 어느 땐가 진실을 알 것이며 역사의 바른 기록은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사형수 시절 친필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김대중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관용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사료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 전 대통령의 인연도 공개됐다. 김대중도서관은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김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1심 재판 최후 진술을 적은 진술문을 함께 공개했다. 이 진술문은 문 목사 아들인 의근·성근씨 형제가 작성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문성근씨는 유명 배우다.
김대중도서관은 보도자료에서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민주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외웠고 재판이 끝난 후 함께 모여 기억을 되살리면서 진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했다"며 "문의근, 문성근이 주로 글을 작성했으며 김대중의 최후 진술문은 문성근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