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이러다가 올해는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2020-04-16 16:06
add remove print link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 적자 폭도 40% 가까이 줄여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에 경쟁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
이러다 쿠팡이 정말 일을 내는 것은 아닐까. 쿠팡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적자 폭을 40% 가까이 줄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성적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쿠팡은 최근 놀라운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4.2% 증가한 7조1531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적자가 7205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여러 모로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이다. ‘적자가 7000억원이 넘는데 어떻게 깜짝 실적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이야기다. 적자 폭이 2018년보다 무려 36%나 줄어들었다.
쿠팡의 매출 유입 구조는 크게 상품 매출(직매입)과 수수료 매출(검색상품광고·마켓플레이스·로켓와우클럽 등)로 나눠진다. 수수료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 매출총이익률 또한 확대된다. 하지만 쿠팡 매출액에서 상품매출이 90%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 매출 비중 증가로만 수익 개선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키움증권 측의 설명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출총이익률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쿠팡의 구매력 개선에 있을 것”이라며 “쿠팡의 매출액이 커지면서 구매력이 크게 증가했고, 상품 구매 단가와 제품군 배합 전략 측면에서 매출액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유통업체의 구매력이 커지면 제조사에 대한 협상력이 상승해 납품하는 상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또 재고 회전율이 낮은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규모 구매를 해주는 유통업체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해당 상품이 수익을 가져다주는 물자가 되는 셈이다.
쿠팡은 매출 상승 원인으로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한 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을 꼽았다.
업계는 채널 인지도 상승과 광고 수수료 증가, 물류시스템 효율화, 인건비 증가율 둔화 등 다양한 요인에 힘입어 쿠팡의 영업적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도 감소했다. 특히 판매관리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2016년 30%에서 지난해 20%로 줄었다.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은 같은 기간 6.8%에서 3.6%로 낮아졌다.
반면 쿠팡의 직간접 고용 인력은 2018년 2만5000명에서 2019년 3만명으로 증가했고, 2014년 27개였던 로켓배송센터가 지난해 168개로 확대됐다. 쿠팡은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로켓배송센터 배송망을 기반으로 작년 1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중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한국에서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구매가 올해 들어 급증한 만큼 쿠팡의 올해 성적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이러다 쿠팡이 올해 흑자를 기록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동한 만큼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증권업계는 쿠팡이 올 1분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13조원으로 네이버·SSG닷컴(각 15조원 추정)에 이어 3위다. 반면 거래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63%로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중 1위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온라인 결제액 기준 주요 이커머스 업체 중 네이버와 SSG닷컴을 제하고는 모두 10% 이하의 성장을 기록했다. 쿠팡은 올 1분기에도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팡의 이처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잇따라 온라인을 강화하는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단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다른 업체는 따라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쿠팡의 대규모 물류투자는 현재진행형이고, 영업적자와 현금흐름도를 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쿠팡은 2014년부터 3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김범석 대표가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만큼 여전히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확연한 수익성 개선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 가능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다. 쿠팡이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계속해서 돈을 쏟을 만한 명분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쿠팡은 2015년, 2018년 두 번에 걸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손 회장이 쿠팡에서 엑싯(투자금 회수)할 경우 쿠팡이 과연 생존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의구심이 확대 중이었다”며 “2019년 실적으로 미뤄볼 때 추가 투자를 받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