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바둑고수 '한돌' 무릎 꿇렸다…19일 '호선'으로 재격돌

이세돌 9단(36)이 18일 토종 바둑 인공지능(AI) '한돌'(HanDol)을 꺾고 1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6년 '알파고'(AlphaGo)와 대결해 한 번 승리했던 이 9단은 이날 대국으로 AI에게 2승을 거둔 유일한 인간이 됐다.

이 9단은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했다. 불계승은 대국이 끝난 뒤 계가하지 않고 상대방이 기권을 선언하는 경우다.

이 9단은 이튿날(19일) 같은 자리에서 한돌과 다시 맞붙는다. 이 9단의 은퇴대국이기도 한 이번 수 싸움은 21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치수고치기'로 진행된다. 치수고치기는 두 대국자 사이의 기력 차이를 조정하면서 두는 바둑이다. 치수는 상수와 하수의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돌의 개수를 뜻하는데, 하수가 바둑을 두기 전에 판에 미리 깔아놓는 돌의 수를 치수라 부른다.

바둑계에서는 이 9단의 첫 승에 환호하면서도 2국 결과는 쉽사리 점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국에서는 한돌이 이 9단을 누르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국에서는 한돌이 익숙하지 않은 '접바둑'을 뒀다가 단명국으로 끝났지만, '호선'(맞바둑)으로 치러지는 2국은 한돌이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날 이 9단은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고 대국을 진행했다. NHN이 개발한 한돌은 지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한 빅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AI계 바둑 고수'로 통했지만 78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평소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으로만 바둑을 학습했기 때문에 낯선 '접바둑'에서 축 읽기에 실패해 맞수를 두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NHN에 따르면 한돌이 2점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은 2개월에 불과했다.

하지만 호선으로 진행되는 2국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돌은 이미 2.1 버전 시절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석 9단 등 국내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을 모두 격파했다. 현재 한돌의 버전은 한 단계 진일보한 3.0이다.

NHN은 한돌 3.0의 '엘로 레이팅'(Elo rating)을 4500 이상으로 추산한다. 지난 2016년 이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리'는 3700, 인간 9단은 평균 3500 정도로 평가된다. 엘로 레이팅이 상대보다 150 정도 높으면 승률이 60~70% 정도 되고, 400 이상 높으면 이기기 힘들 정도의 수치로 분석된다. 한돌이 제 실력을 낸다면 2국에서 이 9단을 압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2국에서 이 9단이 한돌과 호선으로 맞붙으면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셈이 된다. 당시 알파고는 이 9단과 호선으로 실력을 겨뤄 5전 4승 1패 했다. 이 9단도 이날 대국이 끝난 뒤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확실히 알고 싶어서, 제가 또 궁금하기도 하다"며 한돌과의 호선 대결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만약 이 9단이 2국도 승리하면 21일 마지막 3국에서는 한돌이 두 점을 깔고 둔다.

주최사인 바디프랜드는 1국에 이어 2국에서도 이 9단의 심신 안정과 컨디셜 조절을 위해 '브레인 마사지'(두뇌 피로 회복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 뇌공학 전문의와 음악치료사의 합동연구로 개발된 브레인 마사지는 뇌 피로 해소와 기억력,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임상시험 연구논문이 국제 SCI급 저널에 게재되는 등 학계와 시장에서 성능을 입증받기도 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2국을 마친 뒤 브레인마사지가 적용된 팬텀Ⅱ 브레인 안마의자를 증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