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아나운서 채용, 공영방송이 할 짓이냐” 국감서 혼쭐난 MBC
2019-10-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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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비정규직 아나운서 성비 2:8, 압도적으로 높은 여성 비율
송희경 의원 “여성 아나운서 '예쁜 꽃' 취급하는 시대착오적 사고가 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방문진에게 받은 최근 5년간 MBC 아나운서 신규 채용 현황에 따르면, 정규직 남녀 성비는 4:6, 비정규직 성비는 2:8로 여성 아나운서의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6월 대전 MBC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던 유지은, 김지원 아나운서는 성별을 이유로 고용 형태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 후 한 개를 제외한 맡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진정서 제출로 인한 회사의 보복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었다.
지난 4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지은 아나운서는 “여성 아나운서만 계속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프리랜서로 입사해서 왜 정규직을 요구하느냐고 묻는데, 애초에 대전 MBC에는 여성 아나운서가 정규직으로 응시할 시험 자체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송 의원은 방문진 자료를 제시하며 “대전 MBC가 두 아나운서에게 한 짓은 사실상 ‘해고’ 수준”이라며 “여성 아나운서들은 ‘방송의 꽃'이라는 사상을 아직도 공영방송인 MBC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창피하지 않냐”며 질타했다.
“CNN 같은 해외 방송은 전문성 있는 50대 이상 여성 앵커를 흔히 볼 수 있는 반면 국내 방송국은 여성 아나운서를 ‘예쁜 꽃’ 취급하며 구태의연한 성차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도 “여성 앵커는 40대 이하 젊은이만 필요한가. 여성 고참 앵커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MBC는 남녀고용차별, 계약직 일방적 해고 등 부당한 노동조건‧행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계속되는 의원들의 비판에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은 "지적에 대해 민망하게 생각한다"며 "(방문진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사실임을 전제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많이 뒤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 앵커와 남성 앵커의 나이 차는 방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돼왔다. 인권위가 2017년 실시한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7개 채널 종합뉴스에서 여성 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지만, 남성 앵커는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