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이징가미
2019-03-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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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토박이말 맛보기]이징가미/(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징가미
[뜻]질그릇의 깨진 조각
[보기월]질그릇을 모르는 사람이 이징가미를 알기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나름대로 챙긴다고 챙겨서 빠뜨린 것은 없는 것 같았는데 어쩐 일인지 잠이 쉬이 들이 않았습니다. 잔칫집에 다녀오느라 늦게 셈틀 앞에 앉는 바람에 날이 바뀌고도 두 때새(시간)가 지나서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말이지요.
이리저리 뒤척이다 어찌 잠이 들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때알이(시계)가 울어서 잠이 깼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씻는 데 걸리는 때새(시간)가 있기 때문에 여느 날보다 일찍 배곳(학교)에 가려면 그만큼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기지개도 켜고 이곳저곳 몸을 깨운답시고 움직이다 나오니 그렇게 이르지도 않아 서둘러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서둔 보람이 있어서 여느 날보다는 이른 때에 배곳에 닿을 수 있었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챙겨보았습니다. 하기로 되어 있던 차례대로 일이 잘 풀려서 모자란 잠에 살짝 무거운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들배움풀이(입학식) 여는 말을 해 놓고 다음 차례로 넘어가려는 데 챙기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챙겼고 여러 차례 갖춤몬(준비물)을 살폈는데 빠뜨린 게 있었던 것입니다. 미리 해 보지 않은 제 탓이었지요.
그냥 밋밋할 수도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줘서 괜찮다고 저를 달래 준다고 하시는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제 그렇게 빠뜨리는 것 없이 잘할 수 있도록 마음을 쓰자고 글다짐을 했는데 끝내 칠칠하지 못한 사람임을 보여 주고야 말았습니다. 3.1운동 100돌을 기리는 기림풀이(기념식)와 곁들여 한 들배움풀이(입학식)이라서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뒤낮(오후)에도 안친 일들을 한 가지씩 해냈습니다. 어제까지 보내 줘야 할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여 주실 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그릇을 모르는 사람이 이징가리를 알기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옛날 배움책(교과서)을 못 본 분들에게 옛날 배움책에 나왔던 말을 살려 쓰자는 말이 얼마나 먹힐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라 잃은 때의 찌꺼기를 가시자는 말을 하고 있는 만큼 이런 자리느낌(분위기)에 힘입어 배움책에 남은 일본말 찌꺼기를 하나씩 씻어내고 더 나아가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자는 제 말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 하찮은 옹기그릇이 깨어져도 이징가미는 남아서 흙 속에 뒹굴며 몇백 년을 살아남는데...(김주영, 달맞이꽃)
- 옹기를 굽는 가마 근처에는 이징가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52해 온봄달 닷새 두날(2019년 3월 5일 월요일)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