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이춤
2019-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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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토박이말 맛보기]이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춤
[뜻]옷을 두껍게 입거나 물건을 몸에 지녀 가려운 데를 긁지 못하고 몸을 일기죽거리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짓.
[보기월]손이 닿지도 않는 곳이라 긁을 수가 없어 혼자 이춤을 췄습니다.
지난 두날(화요일)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운동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올해는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뜻깊은 해를 맞아 학교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 잔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따져보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뜻으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나라를 잃었다가 되찾은 지 일흔 네 해가 되는 올해 좀 늦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런 일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누구보다 먼저 마련하신 충남교육청 김지철 교육감님이 참 고마웠습니다.
앞에서 말씀을 하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지내는 것도 있었고 몰랐던 새로운 것들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그 자리 이름은 한글로 적혀 있었지만 말을 가지고 따지니 토박이말이 하나 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참일 좀 멀기는 했지만 좋은 뜻으로 마련한 자리고 그 어느 해보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때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충남교육청이 다른 곳보다 앞서 가고 있지만 온 나라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한다는 말씀을 김지철 교육감님께 드렸습니다.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말도 따지면 토박이말이 아니니까 ‘일제’는 ‘나라 잃은 때’, ‘잔재’는 ‘찌꺼기’ ‘청산’은 ‘씻기’ 또는 ‘가심’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간 사람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 자리에 오신 분들 앞에서 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누구보다 먼저 비롯을 했으니 살펴서 알거나 찾아낸 찌꺼기를 씻어 내어 버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우리 ‘다움’을 찾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쓸 게 없는데 버리자고 한들 버릴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일본말을 안 쓰는 데 미국말을 많이 쓰고 있는 오늘날 우리 모습을 돌아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많은 것들 가운데 학교에서 하는 일의 고갱이(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르치고 배우는 바탕인 ‘배움책’에 있는 일본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에 가장 많은 힘을 써 달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끝으로 그런 우리 ‘다움’을 찾아 가꿀 수 있는 밑거름은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니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마음을 써 주면 고맙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치고 갔던 길을 되짚어 오는데 심심하기도 했지만 등이 가려워서 애를 먹었습니다. 손이 닿지도 않는 곳이라 긁을 수가 없어 혼자 이춤을 췄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서글펐습니다.
‘이춤’을 왜 ‘이춤’이라고 했을까? 물어 저마다 생각을 해 보게도 해 주고, 살면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다운 빛깔을 가진 어른이 될 것입니다. 그런 길을 여는 데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4352해 들봄달 스무여드레 낫날(2019년 2월 28일 목요일)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