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감동까지...” 방시혁 대표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전문)
2019-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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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이 직접 추천하고 설득했다는 방시혁 대표 축사
방시혁 대표, 모교 졸업식에서 후배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뜻 전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26일 방시혁 대표는 2019학년도 제73회 전기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방시혁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다.
방 대표는 "안녕하십니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방시혁"이라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이미 기성세대가 돼 버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한들 지루한 꼰대 이야기가 될 게 뻔하고, 방탄소년단이 성공했다고 잘난 척하는 걸로 비칠 수 있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오늘의 나를 만든 에너지 근원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며 "그것은 다름아닌 화, 즉 분노였다"고 말했다. 그는 "적당히 일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타협 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며 "이 산업이 처한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에 분노했다"고 했다.
방 대표는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사회적 저평가... 그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은 어디 가서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한다"며 "그것은 고객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케이팝이라는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일등공신 한 팬들은 지금도 '빠순이'로 불린다. 또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돼 부도덕한 사람들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그래서 나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방시혁 대표는 각자의 행복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행복을 느끼려면, 스스로가 어떨 때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그러한 상황과 상태에 자신을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며 "남이 만들어 놓은 목표와 꿈을 무작정 따르는 것은 절대 하지마라. 그것은 자신만의 리듬, 스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정에 무수한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할거다"라며 "그 때 '분노의 화신' 방시혁처럼 분노하고, 맞서 싸우기를 당부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변화한다"고 했다.
방 대표는 축사를 정리하며 "개인적으로 내 묘비에 '분노의 화신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감'이라고 적히면 좋겠다"며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갈 거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잘 찾아 여러분다운 멋진 인생을 살길 바란다"며 축사를 마쳤다.
방시혁 대표 축사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직접 추천하고 설득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총장은 "고교 시절 성적이 우수했던 방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가라는 주변 권유에도 자신이 원하던 미학과에 진학했다"며 "이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한 인물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매년 인물 상징성과 메시지 등을 고려해 총장단 협의를 거쳐 졸업식 축사 연사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