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 같다” 나이키 직원이 밝힌 국가대표 기성용 삶
2019-01-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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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선수, 지난 30일 대한축구협회 통해 대표팀 은퇴 선언
A매치 110경기 소화하며 10골 기록
기성용 선수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발표한 가운데 그와 가깝게 지내던 나이키 마케팅 직원 글이 주목을 받았다.
이 직원은 31일 인스타그램에 기성용 선수가 훈련하는 영상과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진 여러 장을 장문의 글과 함께 게시했다.
그는 기성용 선수가 "스완지에서 고속도로 타고 3시간 반을 달려 히드로로, 12시간 비행하고 한국 도착하면 차 타고 파주로, 도어 투 도어로 하면 약 24시간 걸리는 일정을 두 달에 한 번꼴로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성용 선수는 그걸 10년 동안 했다"며 "출장 다녀와서 가장 힘든 날이 이틀째 또는 삼 일째인데 기 선수는 제일 힘든 날 약 4만 명 앞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기성용 선수 삶이 타블로이드 신문에 나오는 화려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삶과는 다르다며 "기성용 선수는 아무것도 없는 (오후 다섯 시면 황량한) 스완지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 한번 하고 스카이스포츠를 틀어 축구를 본다"고 말했다.
직원은 "뉴캐슬 팬들은 기성용 선수가 국가대표에 차출된 후 가서 다쳐서 오면 화가 난다"며 "재능 위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절제로 저기까지 갔다. (국가대표) 110경기는 잘하면서 저렇게 살아야 찍는 숫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마모로 인하여 고장났던 기성용 선수의 절개된 무릎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부상 당해도 인상 한번 팍 쓰고 끝나는 기성용 선순데 그 무릎 수술하고는 진통제를 때려 맞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미 무릎이 좋지 않던 기성용 선수는 그럼에도 늘 대표팀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직원은 "수술하기 전에 이미 파탄난 무릎 가지고 스완지에서 경기 뛰고 저 힘든 일정으로 한국 와서 매번 최종예선 캐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소위 자신이 이룬 모든 것들이 ‘자기가 잘나서’ 아니면 ‘내가 노력해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에고’가 결국 실력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심하다. 하지만 기성용 선수는 주변의 도움을 잘 안다"고 했다.
이어 "기성용 선수는 축구를 끝내고 나서도 나를 매우 괴롭힐 게 분명하지만 (기성용은 발이 예민해서 축구화를 엄청 가린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내게 있어서 기성용 선수랑 함께 보낸 5년, 40여 회의 A매치가 나의 나이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다고"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기성용 선수는 이 글에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어떤 변명과 어떤 후회도 없지만, 팀 동료들을 떠나 슬프다"고 영어로 댓글을 달았다. 그는 "도움에 감사하며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 선수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