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은 자부심이자 아이덴티티” 쇼미 래퍼 차붐 인터뷰
2018-11-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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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출신 엘리트, 중국에서 아이돌 사업, '한국형 올드스쿨' 등 그를 설명하는 스토리와 키워드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렸다고 고백, 지금은 회복 중
쇼미더머니에 '이 사람'이 출연한다고 했을 땐 많은 이들이 낯설어했다. 이 사람이 방송에 나오는 자체가 신기한 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래퍼들이 고급외제차로 스웩을 부리고 돈 자랑을 할 때 '에쿠스'를 랩 주제로 삼고 안산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방송에서 나온 이미지 말고 외고 출신 엘리트, 중국에서 아이돌 사업, '한국형 올드스쿨' 등 그를 설명할 스토리와 키워드는 넘쳐난다.
'오리지널' 래퍼 차붐(차종혁·33)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레이백 레코즈에 차붐이라고 합니다. 4R, Xxplosive 같은 유튜브 영상콘텐츠도 만들고 있습니다.
2.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나
쇼미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는 집에서 잠만 자고 쉬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밀린 일들을 빠르게 하며 쇼미에서 만난 'TEAM 119'과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은 제 싱글과 EP를 작업 중입니다.
3. 이번 쇼미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과 아쉬웠던 점을 꼽아주길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홍콩에서의 2박 3일입니다. 결국 경연은 못 보여드렸지만, 홍콩 야경이 진짜 좋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 물론 홍콩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일정이 많이 취소되어서 덕분에 술을 많이 먹어서입니다.
아쉬운 건 나플라와의 랩 배틀 때 가사를 절었던 순간입니다. 스스로 멋이 없었다고 생각했거든요.
4. '쇼미더머니 777' 출연 당시 길랭-바레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는데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병 관련된 에피소드는 방송에 안 나갔으면 해서, 제가 그렇게 열심히 개그를 했는데 결국 방영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재활로 회복이 가능한 병이어서 현재 열심히 재활 중입니다. 몸은 40% 정도 회복됐습니다. 앞으로 1년 정도 더 열심히 하면 100% 가까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얼른 다시 풋살을 하고 싶네요.
5. 쇼미출연 당시 '한국의 올드스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가사 쓸 때 묘사 방식 때문에 그런 평을 듣지 않냐고 생각합니다. 저는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류승완 감독님들의 영화를 보며 자랐고 이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장르적 특성을 대한민국이라는 배경에 어떻게 녹일 것이냐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조금 더 짙은 한국 영화적인 표현이나 배경이 느껴져,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6. 앨범 'sour', 'Original' 전부 다 평단과 팬들에게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앨범 계획이 있는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궁금하다
오는 11월 말에 싱글 그리고 바로 연이어 또 하나의 싱글이 나옵니다. 내년 1월 안에는 'sour'에 이은 맛 시리즈 EP를 하나 들고나올 생각으로 작업 중입니다. 이번에는 '단쓴단쓴'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짧은 시간에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7. 앨범을 들으면 지역에 대한 애착을 음악으로 풀어낸 흔적이 보인다. 지역성을 갖춘 힙합 음악을 한국에서 보기 힘든데, 굉장히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차붐에게 안산은 어떤 존재인가
제가 안산을 외치는 이유는 처음에는 단순히 미국 래퍼들을 따라 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동네에서 쭉 자랐기 때문에 이야기의 배경들이 그곳이었습니다.
어느 곳에 가도 저는 안산 출신으로 기억되겠죠. 그게 저에겐 가장 강한 아이덴티티이자 자부심입니다.
8. 국내 활동 중 공백이 있었다. 그 당시 중국에서 아이돌 관련된 사업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
'MIXX'라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사장이었습니다. MIXX는 한국에서도 두 번의 싱글을 내고 방송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9. 공부를 잘한 외고 출신 엘리트로 유명하다. 갑자기 힙합으로 빠진 계기가 있나
참 신기한 편견입니다. 일단 해명을 하자면 전 엘리트가 아닙니다. 1세대 래퍼들을 보고 중3 때 래퍼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저도 힙합 본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외고를 가면 유학을 보내준다고 해서 외고를 입학했습니다. 외고 1년 반 다니고 캐나다로 유학 갔다가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이후에 대학원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사이버대학을 거쳐 대학원도 입학했습니다. 전 이 과정들이 항상 힘들었습니다.
공부를 위해 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건데 그러기 위해선 유명한 학교에서 공부한 과거가 필요했으니까요. 지금은 왜인지 갑자기 다들 엘리트로 불러주시니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전 어려서부터 목표가 확실했고 그 목표는 영화 혹은 음악이었습니다.
10. 나플라와 디스전 때 묵음 처리된 부분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니 그 부분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위키트리에 살짝 알려줄 수 있나
방송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연 때의 승리를 위해 선택한 무리수였습니다. 경연 상대인 나플라에 대한 존중과 승부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