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에 과세하는 '디지털세', 국내 도입 논의 본격화됐다
2018-09-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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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디지털세' 초안을 지침으로 도입 추진…전문가들 “국내기업 역차별 발생“ 우려
유럽연합(EU)에서 시작된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계 IT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세'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 아래 국내에도 디지털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도입시 국내기업의 역차별을 우려했다.
김성식·박선숙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세,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성식·박선숙 의원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EU의 디지털세 초안을 지침으로 국내에도 도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U가 만든 디지털세 지침 초안에 따르면 전세계 매출 7억5000만 유로 또는 EU지역 매출 5000만 유로 이상인 IT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에 3%를 세금으로 부과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납세의무자는 내·외국법인 모두에 해당한다. 무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이와 같이 정해졌다.
또한 법인세 부과의 근간이 되는 고정사업장의 대안적 기준인 '과세연계점'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과세연계점은 디지털, 매출, 사용자 요인을 고려한다. 디지털 요인은 플랫폼이 얼마나 현지화됐는지, 사용자 요인은 사용자 정보가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인지, 매출요인은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등 기준에 따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민옥 회계사(한국조세재정연구원)는 외국 IT기업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기 때문에 현행 조세체제에서는 법인세 과세가 어렵고, 대신 국내 이용자에게 부가가치세로 적용하면 세원 확보 뿐만아니라 구체적인 과세 정보를 모을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회계사는 "현행 체제하에서는 2020년까지 한시적,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시행하는 것은 실효성 측면에서 제한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가세의 경우 과세 범위를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확보된 세원을 근거로 사업구조 등 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발제를 맡은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세의 개념을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창출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로 과세하는 체계로 정의했다.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창출된 매출액에는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소비자간거래 등 플랫폼상에서 일어난 모든 거래활동을 포함한다. 일종의 거래세 개념이다.
오 교수는 "OECD와 EU의 경우, '디지털 존재'를 과세연계점으로 보고 과세관할권과 과세대상 소득의 범위를 결정하는 가상의 고정사업장의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며 "여기서 준거점(NEXUS)이 되는 기준으로 3가지가 있는데, 이는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고,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존재하며, 규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냐를 근거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세의 정의가 구체화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 발생한다며 도입을 우려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경근 세무사는 최근 디지털원천세의 변화는 다국적기업의 세금에 대해 거구지국인 미국은 미국대로, 원천지국인 유럽은 유럽대로 과세를 물리려하는 과세권의 싸움으로 번졌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해외로 기술, 문화 수출과 투자가 많은 한국기업은 EU가 추진하는 원천지국 과세 우선을 적용하면 잃을게 많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세무사는 "디지털경제 자체만 볼게 아니라 큰 틀에서 과세권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경제 요건을 고려해 원천지국 과세가 바람직한지 따져야한다. EU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한국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도 "새로운 세금 및 새로운 과세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은 세금의 문제를 비용으로 인식하고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터넷기업 관계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세 도입 취지는 좋지만, 디지털세 제도는 국내기업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많아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세 부과 시도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