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국 '몰카 범죄' 집중조명…“피해자에 말 못할 고통”
2018-08-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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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는 탈의실, 운동장, 수영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한강 변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친구가 내게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영국 BBC 방송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이 3일 '한국의 몰래카메라 포르노 유행'이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몰카 실태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조명했다.
비커 특파원은 한국의 많은 여성으로부터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누가 엿보는 구멍이나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매년 경찰에 6000건 이상의 '몰카 포르노' 신고가 들어오며 피해자의 80%가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성이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몰카 범죄는 탈의실, 운동장, 수영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여성은 식당에서 겪었던 일을 BBC 방송에 말했다. 한 남성이 이 여성의 치마 속을 소형 카메라로 찍은 것은 물론 휴대전화 채팅방을 통해 다른 남성과 공유한 것이다.
남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채팅방을 본 이 여성은 "충격에 빠졌고 정신이 멍해져 울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경찰관은 내가 노출 심한 옷차림을 했다고 여길까를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경찰서에서 혼자라고 느꼈고 모든 남성이 나를 고기 조각이나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았다"며 "가족과 친구, 내 주변 사람이 이런 남성들처럼 나를 볼까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자신이 책망받을까 두려워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커 특파원은 성인의 90% 가까이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93%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 발전이 몰카 범죄 적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의 박수연 대표는 음란 사이트 영상과 관련, "이런 영상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또다시 등장한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음란물 배포 차단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한국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온라인 범죄가 먼저 큰 문제가 됐지만 머지않아 다른 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SO는 2005년 한국 최대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을 폐쇄하는 운동을 벌이고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점을 고발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한때 회원이 100만명이 넘은 소라넷은 2016년 폐쇄됐다.
BBC 방송은 지난해 한국에서 6465건의 몰카 관련 사건이 신고돼 5437명이 체포됐지만, 이 중 2%에 불과한 119명이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한국 여성들은 몰카 사범에 대한 엄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에 "내 삶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올해 4번째 항의시위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박미혜 서울경찰청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장은 음란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불법 영상 배포에 대한 처벌 강화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처벌이 최장 징역 1년이나 1000만원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