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초급자들의 성지” 종로구 '수족관거리' 근황

2018-08-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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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관상어를 소·도매하는 시장이 있다.

태국 방콕 '짜뚜짝 시장(ตลาดนัดจตุจักร)', 홍콩 몽콕 '금붕어 시장(金鱼街)'처럼 한국에도 관상어를 소·도매하는 시장이 있다. 서울 종로구 '수족관 거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상어 시장이다.

과거 명성에 비해 최근엔 점포 수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애완 동물과 관상어를 보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한 곳이다.

이하 김도담 기자
이하 김도담 기자

'수족관 거리'는 서울 청계천을 따라 50m 가량 이어진 도로에 위치해 있다. 관상용 물고기, 희귀 어종, 관상용 새우, 가재, 햄스터, 토끼, 거북이, 소라게, 파충류, 새 등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 있다.

지난 달 27일 오전 '수족관 거리'를 방문했다. '수족관 거리' 성수기는 봄인 4~5월이어서, 여름은 비교적 한적하게 관상어를 구경할 수 있다.

관상어를 파는 점포들 앞에는 어항과 어항을 꾸미는 소품 등이 쌓여 있다. 점포 밖에 나와 있는 물건들이 많아 좁지 않을까 걱정하며 '천안기구 수족관'이라는 점포에 들어갔다. '수족관 거리'에서 30년 이상 장사를 한 곳이다.

지상 1층 18평(60㎡) 남짓 점포 내부에는 1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어항이 놓여 있었다. 점포에 들어서 정면에 보이는 성인 키높이 어항에는 최근 인기가 많아졌다는 수입 금붕어가 헤엄쳤다. 오른쪽 벽을 가득 채운 30여 개 어항에는 '수족관 거리'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열대어 '구피'가 담겼다.

구피
구피

"'구피'를 사갔는데 자꾸 죽어 걱정이에요"

한 할머니가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점원은 "요즘같이 날이 더울 때는 물갈이가 중요하다"며 "(한여름 기준) 하루 정도 실온에 담아둔 수돗물로 조금씩 갈아주면 된다"고 했다. 이어 "물이 탁해지면 물고기가 잘 죽는다. 먹이도 조금씩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점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손님이 들어오면 '찾는 것이 있냐'는 질문을 한 뒤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관상어가 담긴 어항에는 물을 걸러주는 여과기와 산소를 공급하는 기포 발생기가 들어 있었다. 어항은 이끼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다.

◈ '수족관 거리'에서 만난 수중 생물

'수족관 거리' 여러 점포를 둘러보다가 만난 각종 수중 생물을 소개해보겠다.

먼저, 물속의 강아지(워터독)라는 별명이 있는 '플라워혼'이다. '플라워혼'은 별명처럼 손을 따라 움직이며 사람을 따른다. 개그맨 박수홍 씨가 키운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던 관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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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관상어다. 산소 없이도 키울 수 있어 부수적인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한 마리에 5000원에서부터, 고급종인 경우 12만 원이 넘기도 한다.
베타
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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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금붕어
수입 금붕어

태국에서 수입한다는 고급종 금붕어 인기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플래티넘 버터플라이 코이'는 마니아 층이 있는 잉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듯 우아한 자태가 아름답다.

플래티넘 버터플라이 코이
플래티넘 버터플라이 코이

관상용 새우, 가재 같은 갑각류 생물도 볼 수 있다. 새우인 경우 온도에 민감해 선선한 계절에 가야 많이 볼 수 있다.

체리 새우
체리 새우
CRS 새우
CRS 새우
노랭이 새우
노랭이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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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스
디스커스
아로와나
아로와나
소라게
소라게
거북이
거북이
'플래티넘 버터플라이 코이' 새끼
'플래티넘 버터플라이 코이' 새끼
플라워혼
플라워혼
엔젤
엔젤

◈ 오랜 역사가 있는 '수족관 거리'

'수족관 거리'는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돼 2000년 중반까지 최대 호황을 누렸다. 동대문 D동 신발도매상가 1층에 입점해 있던 점포들이 이 거리 상징이었으나 건물주와의 충돌로 상인 대부분이 가게를 옮기거나 문을 닫았다.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 옆 '청계수족관' 점포를 시작으로 청계6가 사거리 방향으로 9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나머지 점포는 동대문 D동 신발도매상가 건물 뒷편이나 인근에 흩어져 있다.

'청계 수족관 협동조합' 정택윤 이사장은 "70여 개 점포가 영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현재는 25개 점포가 남아있다"고 했다.

15년 동안 '수족관 거리'에서 장사를 했다는 '삼성그린수족관' 김영란 씨도 "재작년부터 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은 줄고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심리적 불안이 크다"며 "현재 정부는 실질적인 경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비해 올해 매출이 40% 줄었다. 더위 때문에 매출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올해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자영업자들이 도산될 위기"라고 덧붙였다.

작년 이맘때부터 '수족관 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한 '디자인 아쿠아' 전송남 씨는 "모든 상인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관상어를 파는 곳 중 그나마 '수족관 거리'가 수요가 많은 편이라 이곳에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디자인 아쿠아'는 이 일대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포다. 전송남 씨는 "마니아 층이 있는 관상어, 새로운 수입 어종을 파악해 빨리 들여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오면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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