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터진다” 가슴을 울리는 인생 시 구절 30개
2018-04-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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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리는 인생 시 구절을 소개한다.
1. 천양희, 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2. 정호승, 여행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3. 박준, 낙서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4. 이훤, 그대도 오늘
무한히 낙담하고
자책하는 그대여
끝없이 자신의 쓸모를
의구하는 영혼이여
고갤 들어라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
5. 정호승, 영등포가 있는 골목
마음에 꽂힌 칼 한자루보다
마음에 꽂힌 꽃 한송이가 더 아파서 잠이 오지 않는다
6. 박연준, 캐러맬의 말
멀리서 미소 지으며 천천히 걸어오는
이별이라는 아침
우리는 밤에 돋아난 햇살
밤이 앓는 몽유병이야
천천히,
곡선으로 잊혀지겠지
7. 이은규, 벚꽃의 점괘를 받아적다
봄은 파열음이다
그러니 당신, 오늘의 봄밤
꽃잎의 파열음에 귀가 녹아 좋은 곳 가겠다
생을 저당 잡히고도 점괘를 받는 일이 잦을 당신이겠다
8. 장승리, 체온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9. 도종환,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10. 박준, 문병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11. 윤보영, 사랑의 깊이
사랑의 깊이가 궁금해
마음에 돌을 던진 적이 있지요
지금도 그대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는 걸 보니,
그 돌, 아직도
내려가고 있나 봅니다.
12. 이이체, 한량들
우리는 늘 다쳤다.
어디에도 눕지 않은 채로 상처를 안고
흐느낄 수 있었다.
식욕도 느껴지지 않게 하는,
진흙탕 속 엉망진창의 엉터리 기억들.
세상 모든 파편들을 풍경으로 얻어가도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해라.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13. 이제니, 발 없는 새
청춘은 다 고아지. 새벽이슬을 맞고 허공에 얼굴을 묻을 때 바람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지.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이제 우리 무엇을 할까. 어디든 어디든 무엇이든 무엇이든. 도착하지 않은 바람처럼 떠돌아다니지.
14. 유희경, 불면
그곳엔 벚꽃이 하도 핀다고 삼사월 밤이면 꿈을 꾸느라 앓고 앓아 두 눈이 닳을 지경이라고 당신이 그랬다 경청하는 두 귓속으로 바람이 일고 손이 손을 만났다 남은 기척 모두 곁에 두고 싶었던 까닭에 나는 애를 써도 잠이 들지 못했다
15. 조정권, 목숨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틈에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
이 세상 여자면 누구나 바라는 아주 평범한 일
아무것도 원하지는 않으나 다만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눈부신 일이 차례가 올 리 없다고 너는 말했다
16. 심보선,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오래된 습관을 반복하듯 나는 창밖의 어둠을 응시한다, 그대는 묻는다, 왜 어둠을 그리도 오래 바라보냐고, 나는 답한다, 그것이 어둠인 줄 몰랐다고
17. 박노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아버지, 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한 나의 하늘입니다
18. 류근,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19. 이성복, 그대 가까이2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 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20. 김기택, 다리 저는 사람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21. 신해욱, 한없이 낮은 옥상
미안해.
손바닥에서 반짝이는 당신.
당신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시간을
당신이 아니라
내가 잊을 수가 없었어.
22. 김용택, 젖은 옷은 마르고
하루 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23. 곽효환, 그날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24. 서혜진, 너에게
내려 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 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25. 최영미, 사랑의 시차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26. 김병훈, 아름다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은 너를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종교로 만들었고
이별은 너를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신으로 만들었다
27. 강효수, 그녀에게
내 나머지 삶이
그대의 삶보다 한참 더 남았어도
나는 지금
그대의 종말과 나의 죽음을 바꾸고 싶다
후회 없겠다
행복하겠다
내 눈물에 침몰하는 내가 싫다
보고 싶다
살고 싶다
28. 김박은경, 당신의 코트 빛으로 얼굴은 물들어 버린 채
당신 생각을 또 했지 당신이 점점 커졌지 방문을 열 수 없었지 팔꿈치가 문에 걸릴까봐 정수리가 전등에 닿을까봐 창을 열 수 없었지 누군가 알아챌까봐 그 틈에 창밖으로 당신 발가락이라도 빠져 나갈까봐 내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지 당신은 자꾸 커졌지 갑갑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지 그만 커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에게는 들리지 않았지 내 손짓도 보이지 않았지
29. 신철규, 눈물의 중력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30. 김춘수, 메시지
아우슈비츠,
그 날로부터 아무도 서정시는
쓰지 못하리.
르완다에서는
기린이 수천마리나
더 이상 뻗을 곳이 없어
모가지를 하늘에 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