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유조차 폭발… 흘러나온 기름 챙기던 주민 148명 사망
2017-06-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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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25일 오전(현지시간)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州)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유조차가 폭발해 최소 148명이 숨지고 117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지오TV 등 현지 언론과 AP·AFP 통신이 보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25일 오전(현지시간)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州)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유조차가 폭발해 최소 148명이 숨지고 117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지오TV 등 현지 언론과 AP·AFP 통신이 보도했다.
사고 당시 유조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가져가려던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었다가 갑자기 불이 나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펀자브 주의 주도(州都) 라호르로 4만 리터의 기름을 싣고 가던 이 유조차는 물탄 시(市)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중심을 잃고 뒤집혔다.
현지 언론은 목격자를 인용해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유조차가 전복됐다고 보도했으나, 과속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출동한 경찰은 사고 현장을 통제하려 했지만, 람잔푸르 조야 등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이들의 유조차 접근을 차단하지 못했다.
마을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기름이 새고 있다'는 경고 방송을 했으나, 오히려 이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기름을 담아가려고 저마다 물통을 챙겨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유조차로 몰려가 기름을 담은 지 10여 분 만인 오전 6시23분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가까이 있던 주민들이 검은 화염과 불길에 휩싸였고, 이윽고 유조차 기름탱크가 폭발하면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
현장에 출동한 지역 경찰관 압둘 말릭은 AP에 "끔찍한 현장이었다"며 "평생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 희생자들이 불덩이 속에서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3대를 급파하며 진화와 구조 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진화에만 수 시간이 걸렸다.
불이 꺼진 뒤에는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시신들이 길가에 널려있고, 가족들이 실종자를 애타게 찾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됐다.
응급차량은 물론 군 당국이 헬리콥터 여러 대를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서 부상자들을 바하오라푸르 빅토리아 병원 등 인근 병원들로 나눠 후송했다.
부상자 대부분이 심각한 화상을 당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구조당국 고위 관계자는 AP에 "부상자 중 50여 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부상자 대다수가 전신의 70% 이상에서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유조차 폭발로 이어진 화재는 담배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이 담배를 피웠다는 목격담과 담배꽁초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일부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경찰도 담배꽁초가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 고속도로경찰의 임란 샤 대변인은 신화통신에 "초기 조사 결과 현장에 있던 누군가 담배를 피운 뒤 불이 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사망자는 심하게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현장에서 사망자 DNA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참사는 이슬람권의 2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피트르'를 하루 앞두고 벌어져 슬픔을 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다수 이슬람 국가는 이날부터 이드 알피트르 연휴가 시작되지만 파키스탄은 26일이 명절이다.
국외에 머무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총리실을 통해 낸 성명에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슬픔을 표한다"며 관계 당국에 희생자를 위한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번 참사는 역대 최악의 유조차 사고인 2015년 9월 남수단 유조차 폭발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유조차가 도로에서 전복되자 기름을 가지러 지역 주민들이 몰려왔다가 차가 폭발하는 바람에 203명이 목숨을 잃고 15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