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병 분리배출하면서 우유팩은 왜 그냥 버리세요
2017-04-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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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 분리 수거함만 없네/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부 아파트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부 아파트 분리수거대 옆에는 예쁘장한 우유갑 모양의 통이 놓여 있다. 종이팩을 별도로 모으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종이팩 수거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주민들도 종이팩을 폐지와 함께 버리지 따로 분리해서 배출하지 않는다. 폐지와 함께 모아 놓으면 재활용업체가 일괄 수거해 간다.
폐지와 섞여 배출된 종이팩은 재활용 과정에서 골칫거리다. 안팎으로 코팅된 비닐 탓에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온전하게 분리해 수거했다면 재활용될 수 있지만 폐지와 섞인 경우 쓸모 없어 폐기되기 일쑤다.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천연펄프로 제조된 종이팩은 고급 화장지를 만드는 귀중한 자원이지만 재활용률이 극히 낮은 것은 이처럼 수거 과정에서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배출된 종이팩은 국민 1인당 평균 1.32㎏이다. 5천62만명의 인구로 따지면 전국 가정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의 무게는 6만6천818여t이나 된다.
그러나 재활용율은 25.8%, 1만7천200여t에 불과한 데 다른 재활용 제품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양이다.
국민 1인당 연간 배출량 대비 재활용률을 따져보면 합성수지는 무려 92.8%에 달한다. 1인당 16.6㎏가량 배출하는데 이 중 15.4㎏이 재활용된다.
금속캔의 재활용률은 80.6%나 되고 유리병도 70.7%에 달한다.
폐품 분리배출 제도가 정착되면서 재활용률이 꽤 높아졌지만 종이팩의 수거량은 유난히 적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폐지와 섞이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기 때문에 회수율이 다른 포장재에 비해 극히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가 2003년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포장재 재활용 실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종이팩만은 예외이다.
EPR는 기업이 생산·활용한 포장재를 스스로 수거하도록 일정 부분 의무지우는 제도이다.
분리수거가 잘 되는 합성수지의 경우 EPR 제도 시행 첫해부터 지금까지 각 기업의 수거 의무 이행률은 110∼130%에 달했다.
2015년 전국 4천124개 업체가 전체 배출량의 74%에 달하는 62만3천t의 합성수지를 회수해야 하는 의무를 졌는데, 125.4%에 달하는 78만1천t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금속캔 관련 390개 업체는 의무량을 100% 완수했고, 유리병 관련 482개 업체는 의무량에 가까운 92.8%를 이행했다.
그러나 종이팩의 경우 84개 업체에 맡겨진 수거 의무량은 전체의 35%, 2만3천t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거된 양은 고작 73.9%, 1만7천t에 그쳤다.
전국의 기초 자치단체들은 종이팩 수거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종이팩을 1㎏ 모아 오면 화장지 1∼2롤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종이팩 수거율은 저조한 편이다.
청주시는 작년 아이디어를 냈다. 1천만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제작, 33개 아파트단지에 1개씩 나눠줬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청주시는 작년과 비슷한 양의 수거함을 제작, 배포하기로 했지만 관내 아파트단지가 500여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분리 수거에 나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 관계자는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종이팩을 따로 모아 동사무소나 읍·면 사무소에 가져오면 외화 절약과 환경 보전은 물론 화장지도 얻을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