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10가지
2017-02-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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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숏, 시퀀스... 영화 평론이나 영화에 대한 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용어다
내러티브, 숏, 시퀀스... 영화 평론이나 영화에 대한 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용어다. 그러나 용어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애매하게' 사용되는 기본적인 영화 용어 10가지를 정리했다.
1. 숏 (Shot)

‘테이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해 끊기기 전까지가 하나의 ‘숏’이다. 영화 제작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물론, 프레임처럼 숏보다 낮은 단위도 있다)
영화 산업 초반, 핸드 헬드 카메라를 쓰기 위해서는 카메라맨이 카메라 크랭크를 손으로 잡아당겨야 했다. 이런 방식이 기관총을 쏘는 것과 비슷해 ‘숏’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영화 제작은 기본적으로 ‘숏의 촬영’과 ‘숏의 편집’이라는 거대한 작업 두 가지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한 영화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남자가 말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이 장면이 첫 번째 숏이다. 반대편에서 남자가 말하는 장면을 찍는다. 두 번째 쇼트다. 이런 숏들을 모아서 편집하면 하나의 신이나 시퀀스가 된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숏과 숏 사이의 관계를 일일이 분석하기도 한다. ‘숏 바이 숏’(shot by shot)은 말 그대로 영화 한 장면을 꼼꼼히 눈여겨보는 것을 뜻한다.
정성일 영화 평론가는 영화를 분석할 때 ‘숏 바이 숏’을 자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정 평론가는 쇼트 바이 쇼트라고 부른다)
2. 컷(Cut)

숏 2개를 이어 붙이는 것을 말한다. 컷은 영화 편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다.
컷은 ‘한 시간대와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와 공간’으로의 전환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상업 영화들은 컷을 이용해 시퀀스나 신이 바뀌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환한다. 이를 ‘연속 컷’(Continuity cuts)이라고 부른다.
예술 영화에서는 컷을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점프 컷’(Jump Cuts)이다. 점프컷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연속성 없이 숏과 숏을 이어붙여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연출한 '네 멋대로 해라'(1960)에서 점프컷을 사용한 장면이다.
3. 신(Scene)
신은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된 숏의 집합이다. 숏과 숏을 연결해 간단한 분량의 단위를 칭하기도 한다. ‘장면’이라는 단어로 흔히 부른다.
영화 ‘아저씨’에서 태식(원빈)이 이발기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거울을 바라보는 태식의 얼굴, 떨어지는 머리카락, 클로즈업된 태식 어깨 등 다양한 숏으로 구성돼 있다. 이 숏들이 신 하나를 만들어 낸다.
4. 시퀀스(Sequence)

시퀀스는 한 작품에서 같은 의미 단위를 만들어내는 신(Scene)들의 묶음을 뜻한다. 시퀀스는 대개 여러 신이 모여서 구성되지만, 신 하나가 시퀀스 하나를 이루기도 한다.
한 에피소드에 대해 ‘시각적’으로 일치하거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를 갖고 있어야 하나의 시퀀스로 분류할 수 있다. 장편 소설에서 ‘한 장’이라는 단위와 비교할 수 있다.
예시로 영화 ‘라라랜드’(2016)에서 파티가 끝난 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이 석양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묶어 ‘댄스 시퀀스’로 부를 수 있다. 또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은행을 터는 장면은 ‘강도 시퀀스’라고 칭할 수 있다.
시퀀스는 스토리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그렇기때문에 사람마다 시퀀스를 나누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라라랜드’는 겨울 - 봄 - 여름 - 가을 - 겨울 등 5장으로 구성됐다. 이를 첫 만남 - 연애의 시작 - 연애의 정점 - 이별 - 에필로그로 분류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세부적인 시퀀스로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시퀀스는 숏처럼 영화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이다.
5. 롱 테이크(Long Take)
‘롱 테이크’는 하나의 숏을 일반적인 숏보다 훨씬 길게 찍는 촬영기법을 뜻한다. 앞서 말했듯이 ‘테이크’는 카메라를 한번 작동시켜 숏 하나를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인 ‘열차의 도착’(1895)는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다. 앤디워홀과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 조나스 메카는 실험 영화 ‘엠파이어’(1964)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485분간 찍어 롱테이크로 담았다.
오랜 시간 동안 컷을 나누지 않고 찍기 때문에 롱 테이크는 지루한 예술영화의 대명사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롱 테이크를 잘 활용하면 영화에 새로운 미학적 요소를 불어 넣을 수 있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이 장도리를 들고 싸움을 하는 장면도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6. 숏 리버스 숏(Shot reverse shot)
대화 장면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촬영 기술이다. ‘숏 리버스 숏’은 서로 바라보며 대화하는 캐릭터 2명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된다. 교차되는 숏 2개가 캐릭터 2명을 각각 화면에 담는다.
숏 리버스 숏에서 카메라는 말하는 사람을 찍는 경우가 많다. 또 캐릭터 어깨너머로 찍은 장면이 자주 나온다.
숏 리버스 숏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화에서 많이 쓰였다. 할리우드 상업영화부터 한국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7. 180도 규칙 (180-degreee rule)
‘상상선’(Imaginary line)이라고도 알려진 180도 규칙은 ‘관객 시점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 장면에서 캐릭터 2명이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좌우 위치가 언제나 같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신을 촬영할 때 카메라는 상상선(180도인) 안쪽에 머물러야 한다. 카메라가 상산선을 넘어갈 경우 관객들은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이 180도 규칙을 넘는 것이 유일하게 허용되는 경우는 ‘숏 리버스 숏’뿐이다.
물론 모든 영화 제작자들이 180도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자크 드미, 오즈 야스지로, 왕가위 등 일부 감독들은 관객에게 혼란을 주려고 일부러 180도 규칙을 깨뜨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의도적으로 180도 규칙을 깨뜨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샤이닝'(1980) 한 장면이다.
8. 30도 규칙 (30-degreee rule)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연속성을 주기 위해 적용되는 규칙이다. ‘30도 규칙’은 카메라가 한 장면을 찍은 다음 카메라는 원래 위치에서 30도 이상을 벗어나야 하는 것을 뜻한다.
카메라가 30도 이상 움직이지 않은 두 숏을 결합할 경우, 두 숏은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관객들은 카메라가 점프한 것처럼 느껴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두 숏 사이에 각도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점프 컷’이라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 영화 제작자들은 ‘점프 컷’에 대해 관객을 배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했다. 1950년대 프랑스 감독들은 점프 컷을 적극 시도했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점프 컷은 영상 편집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점프컷을 사용한 영화들을 모은 영상이다.
9. 내러티브 (Narrative)

내러티브는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에 대한 서사를 말한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는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를 말한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스토리’(이야기)와 다른 점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미장센, 조명, 음악 등을 전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영화에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채택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비롯해 대부분 상업영화에는 내러티브가 있다. 훌륭한 내러티브 영화란 단지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영상 예술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관객은 훌륭한 내러티브 영화를 보고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한다.
10. 미장센 (Mise-en-scene)

미장센은 프랑스어로 ‘무대에 올리다’라는 뜻이 있는 연극 용어다. 이 단어가 영화로 옮겨지면서 세팅, 배경, 사물, 의상, 조명 등 화면에 담기는 영화 제작 행위를 가리키는 뜻이 됐다. 프레임에서의 움직임도 미장센에 포함된다.
1950년대 프랑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작가 이론’이 유행했다. ‘작가 이론’이란 영화감독을 주목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당시 평론가들은 ‘미장센’을 특정한 감독만이 가진 고유한 스타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