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급작스런 '대선 불출마' 미스터리
2017-02-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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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반기문(72)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선언은 사전에
반기문(72)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선언은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그의 영입을 추진해온 여권은 물론 야권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권은 "당혹스럽다"면서도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와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 일부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체교체의 명분이 실됐다"며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회견이 끝난 뒤 준비한 차편을 타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정치인들은 통상 '불출마' 같은 중대 발표를 할 때 몇 시간 전 기자들에게 귀띔을 준다. 하지만 언론계에 따르면, 이날 회견은 발표 수십 분을 앞두고 고지된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회견을 생중계한 YTN조차 "예고 없이 열렸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더구나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누리당 등 국회 정당 사무실을 찾아 "정치 교체를 위한 힘을 실어달라"고 역설까지 한 상태였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불과 몇 시간 전에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 "새로 정치를 해보겠다는 사람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기존 정치 지도자 여러분들이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선언이 '미스터리'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동생 반주현·조카 반기상 씨 범죄 혐의, 한일 위안부 합의입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민생행보에서 보인 미숙한 태도 등으로 숱한 구설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나쁜놈들"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언론을 비판했다.
사무총장 퇴임 뒤 고국의 정치 참여를 최소화하는 유엔 내 암묵적 규율도 출마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반 전 총장의 출마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반 전 총장 능력을 의심하는 증언이 뒤따르며 대중들 사이에서 "무능한 사무총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발목을 잡았다. 반 전 총장이 가진 '한국, 아시아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얽히고 섥히다 불출마 선언에 이르렀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반사 이익이 예상되는 야권은 대체로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은 역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존중하면서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비록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더라도 유엔사무총장 경험을 살려 세계 평화와 남북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도 "당황스럽다"며 "정치 개혁을 위해 함께 하기를 바랐다. 굉장히 아쉽지만 순수한 뜻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인의 짧은 정치기간이 실망스럽겠지만,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 처음부터 우리 국민은 반 전 총장이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주길 바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