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 논란부터 첫 정규앨범까지...안예은의 진심
2016-11-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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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지식으로 경솔하게 행동해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께도 폐를 끼친 것
페이스북 라이브를 마친 직후였다. 라이브를 하는 중에도 "메갈리아 인증한 애"라는 악플이 달렸다. 안예은(24) 씨와 마주 앉은 내 마음마저 편하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그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겸손했지만 당당했다.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스톤에이지 스튜디오에서 안예은 씨와 나눈 대화다.
- 첫 정규앨범이 나왔어요. 제목이 ‘안예은’이네요.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앨범이라 '안예은은 이런 애'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앨범에 어떤 테마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테마 자체가 저인 것 같아 앨범명에 제 이름을 붙였습니다.
첫 정규앨범 '안예은'은 지난 28일 발매됐다. 타이틀곡 '어쩌다보니'를 비롯해 '달그림자', '경우의수', 홍연' 등 SBS 'K팝스타5' 출연 당시 선보였던 곡을 포함해 모두 9곡이 수록됐다. 준우승으로 프로그램을 마친 지 약 6개월만이다. 모든 경연곡을 자작곡으로 해 화제에 올랐던 안 씨는 이번엔 '셀프 프로듀싱(Self-Producing)'까지 소화했다.
안예은 씨는 자기 음악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이라 표현했다. 'K팝스타' 심사위원 유희열 씨도 비슷한 평을 했다. "예은 씨 곡은 겹치는 게 하나도 없다. 국악 같기도 하고, 스릴러 같기도 하고, 발라드도 있었다". 유 씨는 "그 곡들에 공통점이 있다. 유머러스한 비극이 있다는 것"이라며 '안예은'이라는 사람이 곡에 담겨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 모두 9곡이 수록됐습니다. 이 곡들을 뽑은 이유가 있나요? 혹시 곡 순서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일단 제가 생각했을 때 '아, 이 노래는 앨범으로 내고 싶다' 하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었고요. 그 다음 단계는 '이정도면 앨범으로 내도 되겠다!' 였습니다. 사실 곡 스타일이 너무 극단적으로 달라서... 순서 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앨범을 통으로 들을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릴 것 같은 순서로 정했습니다.
- 안예은 특유의 솔직하고 감각적인 가사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영화나 책을 보고 곡을 쓴다고 들었어요. 'V8'을 들으면서 영화 ‘매드맥스’가 생각나던데, 맞나요?
'v8'은 '매드맥스' 모티브가 맞아요. 제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관에서 8번이나 봤거든요. 일상이고 뭐고, 다 던지고 어딘가로 떠나는 이야기를 곡에 담았습니다. 또 '달그림자'는 영화 '역린' 스틸컷을 보고 쓴 곡이예요. 제가 조정석 배우님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개봉 전 이 스틸컷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어요. '아, 을수(조정석 분)는 이런 캐릭터일 거야'하고 만든 거죠. '홍연'은 방송에서 제가 말을 이상하게 해서 화자가 연산군인 것처럼 알려졌어요. 사실 (영화 '왕의 남자' 캐릭터) 공길이가 연산군을 보는 시점입니다. 화자가 공길이예요. 제가 트위터로 몇 번 정정하긴 했는데 다시 한 번 정정하고 싶어요.
- ‘홍연’에 관심이 정말 많아요. 'K팝스타' 때 선보였던 무대와 녹음된 '홍연'.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실제 현악단이 녹음에 참여했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현악단과 작업하는 건 저의 진짜 큰 꿈이었어요. 녹음할 때 가슴이 벅차 울 뻔 했고요. 이자리를 빌어 편곡 도와주신 김건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아무래도 녹음 버전이 깔끔하다는 것도 차이예요. 듣기 편하시라고 조정했습니다.
- 최근 빠져 있는 영화나 배우가 있나요?
여러가지를 좋아하는 이른바 '잡덕'이지만 마음의 고향은 배우 조정석 님이고요. 제가 원래 영화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슬프게도 영화관에 간 게 좀 까마득하네요.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색하지만 최근에 본 것 중엔 '고스트버스터즈'를 정말 좋아합니다.
- 첫 정규앨범인 만큼 애정도 특별할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가요? 아쉬운 부분은?
시간이 좀 촉박했어요. 더 꼼꼼하게 볼 수 있었던 부분이 노래를 들어보면 귀에 걸려요. 그래도 만족스럽습니다!
- 'K팝스타5' 출연자 중 가장 빠른 정식 데뷔예요. 유희열 씨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던데, 그 후에 연락한 적 있나요?
아뇨. 못했어요. 결승전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혹시 우승하면 어느 소속사로 가게 될지 스포일러가 될까봐, 제작진이 콕 짚어 감사 인사를 하진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고려하다보니 당시 감사 인사를 못한 게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 그럼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전해주세요!
유희열 선생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저는 앨범은 커녕 음악을 그만뒀을 거예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 JYP, YG, 안테나에선 러브콜이 안 왔어요? 지금 소속사 펜더웨일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안 왔어요. (웃음) 팬더웨일 소속 뮤지션인 '플링' 베이시스트가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그런 다리가 있어서 감사하게도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많이 챙겨주시고 정말 좋습니다.
- 이젠 정말 ‘프로 뮤지션’이세요. 어떤가요? 변화가 느껴진다면?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열심히 노력해 ('프로뮤지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라면, 아무래도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전에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야했고 음악만 할 수는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젠 제가 찾아다니기 전에도 절 찾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인터뷰가 중반 쯤 도달했을 때, 조심스럽게 '메갈리아' 이슈를 물었다. 지난 봄 안예은 씨는 트위터에 "티셔츠 샀다고 메갈이면, (나도) 메갈하지 뭐"라며 당시 유행하던 '#내가메갈이다'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해 구설에 올랐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에 '안예은'을 검색하면 '메갈리아'가 따라 나온다. 데뷔 전부터 이런 구설에 시달려야 했던 건 분명 힘든 일이었을 테다.
- 올 봄엔 메갈리아 이슈로 구설이 있었어요. 당시 사과글을 남겼는데,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정말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일단 그 일로 회사 분들과 팬 분들, 가족, 친구들이 상처를 받아 죄송했어요. 저는 원래 여성 인권에 관심이 있고 이것저것 책이나 기사를 찾아 읽으며 공부하는 중이었습니다. 부족한 지식으로 경솔하게 행동해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도 폐를 끼친 것 같아 굉장히 죄송했습니다.
'#내가메갈이다' 해시태그 캠페인은 여성혐오를 반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지지자들의 운동이었다. '메갈리아'라는 틀에 갇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안예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저도 그 뜻에 동의해 '내가메갈이다'라는 해시태그를 썼는데, ('메갈리아'를 비난하는 틀에) 그대로 갇혀버려 슬펐습니다"라 말했다. 그는 "지금도 메갈 관련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리고, 육두문자 섞인 댓글들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안 씨는 "제 행동에 따른 것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욕먹는 것이 두려워 목소리를 그만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니까요"라 덧붙였다. 그러고보면 안 씨는 음악이든 사회문제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이를 드러내는 데 솔직한 편이다. 'K팝스타'에 출연했을 때도 그가 입은 티셔츠가 화제에 올랐다. 티셔츠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 곧 첫 팬미팅을 하네요. 이번주 금요일(12월 2일)이죠? '*명이 오면 ~을 하겠다!' 이런 공약은 혹시?
네. 금요일 서울에서 첫 팬사인회를 합니다. 정말 기분이 이상하네요. 걱정도 많이 되고요. 50분이 오시면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에 맞춰 춤을 추겠습니다. 제가 오렌지캬라멜 너무 좋아해서 안무 영상 보며 연습했었답니다. 12월 4일 일요일 오후 6시 부산 롯데백화점에서도 팬사인회가 있어요! 많이 와주세요. (☞ 자세한 공지 확인은 이곳에서)
- 첫 앨범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방송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앨범은 구상이 돼 있는지?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가능하면 라이브를 많이 하고 싶어요. 밴드와 함께 공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두번째 앨범은 걱정만 하고있어요. 아직 구상하지 않았습니다.
-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요. 기다려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하고 싶어서 다른 말을 잘 못 찾겠어요. 열심히 활동해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앞서 약 40분 동안 이어진 안예은 씨 페이스북 라이브는 위키트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바로가기)
※ 사진 = 신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