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넘는 '헤어 클리닉', 돈 없어 직접 해본 후기

2016-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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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 모(28) 씨는 최근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에서 간단

서울 연남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 모(28) 씨는 최근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에서 간단히 뿌리 염색만 할 생각이었지만 미용사는 '헤어 클리닉'을 권했다. 어깨 아래로 20cm가 넘는 긴 머리를 가지고 있던 그는 '클리닉' 1회 가격이 10만 원이라는 얘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도 염색과 같이해 할인해준 가격이란다.

이하 giphy

비싼 가격에 놀라 이 씨는 커뮤니티에서 저렴하게 헤어 클리닉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그때 눈에 띈 글이 있었다. 바로 '셀프 헤어 클리닉' 이다.

'셀프 헤어 클리닉'은 미용실에서 손님들에게 사용하는 제품을 사 직접 시술하는 것을 말한다. 

주기적인 '헤어 클리닉'이 머릿결을 좋게 해준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펌이나 커트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큰돈 쓰기 아깝지 않은가.

"더 이상 개털로 살 수 없다"

이 씨 사례를 토대로 기자가 직접 '셀프 헤어 클리닉'을 시도해봤다. 기자 모발은 2달에 한 번 뿌리 염색, 5달에 한 번 전체 염색을 주기적으로 한 상태다. 흔히 '개털'이라고 불리는 극손상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머리 길이는 어깨 아래로 20cm(센티미터) 정도다. 

헤어 클리닉 제품은 일본 나카가와(NAKAGAWA)에서 나오는 '르미네상스(Reminessance)'를 사용했다. 미용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국내 유통사 공식 사이트나 미용 재료상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미용실에서 흔히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술 전후 비교사진 / 르미네상스 홈페이지

 

'르미네상스'는 용량이 커 혼자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블로거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작게 나눠 판매하는 일명 '소분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화장품법 16조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남대문 미용 재료 상가 / 이하 위키트리

 

기자는 남대문 미용 재료 상가에서 '르미네상스'를 구매해 사용했다. 

샴푸부터 트리트먼트까지 모두 6종을 약 40만 원 가량에 구매했다. 긴 머리(어깨 아래 15cm~20cm) 기준으로 30회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대용량이라 6인이 나눠 사용했다. 회당으로 치면 1만 3000원 정도의 재료비가 든다. 

6종에는 아이레 02 700ml(밀리리터), 쉐나 아델 750g(그램), 쉐나 브라바 800ml, 쉐나 카로레 750g, 쉐나 에토스 800ml, 아이레 듄 700g이 포함됐다. 

시술 순서다.

 

1. 샴푸 '아이레 02'로 머리를 감는다

2. 머리를 헹군 뒤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3. 수분 베이스 기능을 가진 '아델'을 손상 모발에 고르게 바른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주무르며 마사지한다. 제품을 바를 때 모발 전체를 세 가닥 정도로 나눠 시술하면 더 수월하다

 

4. 물로 깨끗이 헹궈낸 뒤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준다

5. 단백질 베이스 기능을 가진 '브라바'를 모발에 뿌려준다

 

6. 마사지 뒤 헹궈내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7. '카로레'를 모발에 고르게 바르고 마사지한 뒤 물로 헹궈낸다

8. 타올 드라이 후 손상을 방지하는 '에토스'를 두피와 모발에 발라 마사지하고 물로 헹궈낸다

9. 트리트먼트 '아이레 듄'을 바른 뒤 손으로 마사지한다

10. 물로 씻은 후 수건으로 마무리한다

* 전 제품은 열처리 및 방치 시간을 따로 갖지 않는다

온라인에 떠도는 시술 순서가 제각각이라 유통사에 직접 확인해 시술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됐다. 처음 해보는 시술이라 제품명과 시술 순서가 헷갈리긴 했지만, 방법이 어렵진 않았다. 헹구고 바르기의 연속이었다.

시술하면서 고개를 자주 숙여 목이 아프기도 했다. 한 단계 한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부드러워지는 머릿결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하다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시술 순서대로 하면 효과를 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

클리닉 시술 전(왼쪽), 클리닉 시술 뒤 조명에 따라 시술 전 후 머리색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르미네상스' 국내 유통사 렛츠고인터내셔널 측은 "제품은

어깨 밑 20cm 이상 롱 헤어일 경우 오백 원짜리 동전 2개 정도 크기 양을 사용하는 게 적절

하다"며 "제품을 과하게 사용하거나 제품을 바르고 너무 오래 방치하면 오히려 효과가 좋지 않다"고 했다.

또 "'아델(수분 베이스 기능)'은 두피에 닿지 않도록 두피에서 5cm 정도는 떨어져서 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술 횟수에 대해서는 "머리 상태에 따라 케어하면 된다. 극손상모일 경우 일주일에 1회 정도 하다가 괜찮아지면 클리닉 주기를 늘려가면 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A씨는 '르미네상스'에 대해 "시골에도 다 깔려 있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단가도 좋기 때문에 일반 미용실에서 많이 쓴다"고 전했다.

이어 "동네마다 가격은 틀리지만 평균 수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짧은 머리 6만 원부터 시작해 기장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또 "시술 후 클리닉 효과 지속 기간은 약 3주 정도다. 시술 이후 아무 관리도 하지 않으면 2주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며 "클리닉은 홈케어 제품을 함께 구매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도담 기자, 이순지 기자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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