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태국 국민밴드 슬롯머신 인터뷰

2016-07-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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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wikitree4you"안녕하세요~ 싸와티캅. 태국에서 온 슬롯머신입니다. 드디어

유튜브, wikitree4you

"안녕하세요~ 싸와티캅. 태국에서 온 슬롯머신입니다. 드디어 지산 록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너무 신나요! 방콕에서 날아왔습니다. 꿈이 이루어졌네요. 내일(22일) 공연에서 만나요!"

네 남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음반사 사무실 복도를 가득 채웠다. 360도로 볼 수 있는 VR 영상이라고 하니 보컬 보스트(Foet)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선글라스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 등 개구진 모습을 보였다. 한 여름에도 정장을 갖춰 입는 것으로 유명한 태국 '국민밴드' 슬롯머신(Slot Machine)은 점잖을 거란 예상과 달리 에너지가 넘쳤다.

첫 내한 공연을 하루 앞둔 슬롯머신을 지난 21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통역해줄 태국 여성에게 슬롯머신이 태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냐고 물어보니 "한국으로 치면 YB정도 될 것 같다"며 "인기 되게 많아요"라 말했다.

"싸와티캅~"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운 슬롯머신 멤버 네 명이 태국어로 인사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보컬 보스트(Foet)와 베이스 각(Gak)은 2000년 데뷔부터 함께한 고등학교 동창이다. 드러머 오토(Auto)와 기타리스트 빗(Vit)은 2006년 밴드에 합류했다. (이름 표기는 태국어 발음에 따랐다)

(왼쪽부터) 객, 오토, 보스트, 빗. 태국어 발음에 따라 적었다. 두 손바닥을 펼쳐보이는 손 모양은 슬롯머신 트레이드 마크다.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는 뜻이다. / 위키트리

고등학생 때 두 사람으로 시작한 밴드가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싸우는 일은 없나.

보스트 : 별로 안 싸운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정말 많기 때문에 가족 같다.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싸울 일도 없고 사이가 좋다.

오토 : 항상 같이 있어서 모두 친하다.

보스트는 말하는 와중에도 옆에 앉은 각 턱을 쓰다듬으며 장난을 쳤다. 빗은 "팬들이 보스트와 각 두 사람을 커플처럼 맺어주는 걸 재밌어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덕분에 보스트와 각이 나란히 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하자면 신화 팬들이 '민셩(민우♡혜성)', '릭진(에릭♡전진)' 커플을 만들 듯 태국에도 커플링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매우 각별할 것 같은데 각자에게 '슬롯머신'은 어떤 의미인가.

오토 : 아시아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밴드. 사람들과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 꿈 그리고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음악을 하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 내 삶 그 자체다. 졸업하자마자 슬롯머신을 시작했고 많이 배웠다.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보스트 : 우리 이름 '슬롯머신'처럼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태국에서 아시아로, 세계로 도전을 거듭하는 것처럼 예상 못했던 일이 생겨나고 있다.

보스트 말처럼 슬롯머신은 태국 내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 두 차례에 걸쳐 후보에 올랐다. 2012년에는 피파(FIFA) 공인 풋살 세계 대회 공식 주제가 'Heart&Soul(하트&소울)'을 발표했다. 최근 발매한 첫 영어 앨범 'Spin the World(스핀 더 월드)'는 아시아 15개국과 호주, 중동지역에도 발매됐다. 영국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스핀 더 월드' 앨범 재킷

태국에선 정상 밴드지만 영어 앨범은 최근 처음 발매했다. 세계 무대 진출을 시작한 소감은?

각 : 기대를 많이 했다. 태국 앨범 내는 것과 또 다른 의미니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유럽 반응도 궁금하고. 앨범명 '스핀 더 월드'처럼 서양에 아시아 음악을 알려주고 싶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면서 '태국 밴드' 대표가 된 느낌이 있다. 부담스럽거나 힘든 적은 없나.

보스트 :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가 최초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교 당할 밴드가 없어 좋다. 하하. 기대될 뿐이다.

도전을 즐기는 슬롯머신, 멋져! /giphy

슬롯머신 멤버들에게 만나고 싶은 한국 스타가 있는지 묻자 보스트 입에서 '강호동'이라는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태국에서 'X맨'을 재밌게 봤다고 한다. 오토는 영화 '시월애'가 인상적이었다며 전지현 씨를 언급했다.

각은 소녀시대 윤아가 나오는 드라마를 세 달 동안 계속 보고 있다며, 윤아 씨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각은 드라마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남자 주인공 이름 '호세'는 기억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KBS1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다.

멤버들 이야기를 쭉 듣던 빗은 진지한 얼굴로 "스타보다는 관객들이 궁금하다"고 했다. 태국 팬들은 춤을 추지만 한국 팬들은 야광봉도 들고, 떼창도 한다고 들었다며 빗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네 사람은 보고싶은 스타는 제각각이었지만 좋아하는 한국 밴드를 묻자 입을 맞춰 답했다.

국카스텐! YB!

각은 "이번에 한국 와서 국카스텐 음악을 처음 들었다. 고음을 지르는 보컬이 우리랑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기회가 되면 함께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장 입는 밴드' 슬롯머신. 이날도 어김없이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 위키트리

매번 무대마다 정장 입는 이유는 뭔가. 더울 텐데.

보스트 : 색다르게 입고 싶다. 거의 모든 태국 밴드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다.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왜 정장은 안되지? 모든 것을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다.

오토 : 정장 입으면 자신감도 생긴다. 모든 걸 잘할 것 같은 기분! 멋있어보이기도 하고.

: 평소에도 이렇게 입는다. 잘 때도 넥타이 하고. 하하하. (농담 농담)

보스트 : 사실 우리가 앨범을 내는 것도 정장을 입는 것처럼 일종의 도전이다. 요즘 태국 뮤지션들은 거의 앨범을 내지 않는다. 그냥 한 곡, 한 곡 음원만 낼 뿐.

영국 공연 등 해외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한국 단독 공연은 계획이 있나.

오토 :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 올해는 일정이 다 잡혀 있어 어려울 것 같다.

: 윤아 씨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도전! (웃음)

정장에 감추어진 발랄함. "한국 팬들, 반갑습니다!"

멤버들은 인터뷰 내내 피곤한 기색 전혀 없이 기자와 통역가의 말을 집중했다. 태국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들 표정과 태도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독자들 대다수는 슬롯머신이 낯설겠지만 각종 음원 사이트·음악 관련 커뮤니티에는 슬롯머신 한국 팬이 꽤 눈에 띈다. 빠르고 열정적인 곡부터 느리고 서정적인 곡까지 탄탄한 연주와 안정적인 보컬을 선보인다는 게 팬들이 슬롯머신을 호평하는 이유다.

슬롯머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곡을 멤버들에게 추천받았다.

1. Give it all to you(기브 잇 올 투 유)

빗 추천곡. "팝 느낌과 태국 느낌이 조화롭다"

이하 유튜브, Slot Machine Official

2. Sky Burning Stars(스카이 버닝 스타스)

각 추천곡. "가사가 쉽다. 한국사람이 좋아할 듯하다"

※ 이 곡은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없어 함께 소개하지 못했다.

3. Say What you Want(세이 왓 유 완트)

오토 추천곡. "바닷가 바로 앞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던 곡. 떠올리면 행복하다. 가사에 태국 문화가 잘 담겨져 있어 추천한다"

4. Chan Chao(Good bye·짠짜오·굿바이)

보스트 추천곡. "이별을 슬프게 그리지 않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았다. '굿(Good)-바이'라는 단어처럼 말이다"

유튜브, slotmachineVEVO

* 사진·영상 = 전성규,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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