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급여통장을 아시나요?
2016-07-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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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이직한 지 3개월 된 A(34)씨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이직한 지 3개월 된 A(34)씨는 대출 연장을 하러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새 직장의 급여통장이 다른 은행이라 우대금리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감해진 A씨에게 창구 직원은 일종의 꼼수라며 급여통장을 셀프로 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급여통장을 스스로 지정해 대출 등 혜택을 받는 '급여 자작족'이 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0.1%라도 이익을 얻고자 하는 고객과 은행의 영업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급여 자작이란 A씨처럼 급여통장 연계로 우대를 받고 싶을 때 해당 은행 통장에 급여로 인식될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은행은 급여통장을 개설한 고객은 거래 지속성이 높다고 보고 대출금리 인하나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자작 방법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통은 통장에 매달 얼마씩 이체하면서 보내는 사람 항목에 '급여'라는 문구를 넣는 식이다. 신한은행 모 지점에선 지정한 날짜 또는 그 날의 이틀 전후로 60만원 이상을 5회 넣으면 급여로 인정한다고 소개한다.
IBK기업은행은 지정한 날짜나 그 날의 3일 전후로 얼마씩 입금하면 '급여'라는 항목을 굳이 넣지 않아도 급여로 인식한다. 지정한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급여라는 항목을 기재해 입금하면 된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특정일에 50만원 이상 이체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은행이 급여통장 자작을 장려하는 속사정은 직원 간 성과평가제도(KPI) 경쟁 때문이다. 활동성 계좌 유치가 평가에 크게 작용하는데, 통장별로 인정해 주는 예치 규모가 30만원부터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은행과 지점마다 급여통장의 기준이 달라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급여통장은 특히 부수 거래도 기대할 수 있어 지점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혜택을 받으려는 상품에 따라 지점장의 권한이 작용하기도 한다.
만약 급여통장 유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통장 자작을 아예 거절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유치한 급여통장이 많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급여통장이 있어도 주택담보대출처럼 특정 상품이 아니면 혜택이 없는 등 사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자작이 안 되는 곳도 있다"며 "업무 중인 지점에선 급여통장으로 수수료 우대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출은 신규가 아니면 우대하지 않고 있다, 급여통장 자작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천차만별 행태에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급여통장 자작은 은행 영업전략으로 봐야 한다, 고액자산가가 많은 강남권 지점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 사항"이라며 "소비자에게 형평성 있는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조건 등을 맞추면 담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