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포러브'가 섭외 어려웠던 축구 스타 7선

2016-06-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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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지는 몰랐다. '안느' 안정환 선수로 시작된 이 기부 캠페인이 카를

스케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지는 몰랐다. '안느' 안정환 선수로 시작된 이 기부 캠페인이 카를레스 푸욜, 라울 곤잘레스, 위르겐 클롭,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 카카, 파트리스 에브라, 해리 케인까지 내로라하는 국내외 스포츠 스타 33명을 대형 양궁 과녁 앞에 세웠다.

바로 사회적 벤처 기업 비카인드의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Shoot For Love)'다. 2014년 시작된 '슛포러브'는 10m 거리에서 대형 양궁 과녁에 슈팅을 해 1점당 1만 원씩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정 중앙에 맞추면 최대 10만원이 기부되고, 중앙에서 빗나갈 수록 1만 원 씩 기부 금액이 적어지는 방식이다.

기부 금액도 물론 중요하지만 재밌는 기부 문화, 생활과 가까운 기부 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슛포러브' 목표다. 이들은 지난해 해외 축구 스타들의 '대형 섭외'를 연달아 성공시켜 그들이 추구하는 '재밌는 기부'에 앞장 서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동준 대표, 이하람PD, 최준렬 작가, 최준우 이사 / 위키트리

참여자 섭외부터 진행, 촬영, 편집까지. 모든 건 '덕업 일체' 4인방이 하나하나 꾸려갔다. 김동준(31) 대표, 최준우(31) 이사, 최준렬(31) 작가, 이하람(24) PD가 그들이다.

슛포러브 족보 / 슛포러브 제공

"아픈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게 '축구'래요. 재밌게 뛰어놀고 싶은 거요. 그때 생각했죠. 축구 스타들이 영향력이 크잖아요. 그들을 섭외하자. 이왕 시작한 거 호날두까지 해보자! 라고 한거예요"

이렇게 시작된 '슛포러브 월드투어'는 지난해 4개월여 동안 이뤄졌다. 쉬운 섭외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가운데서도 이들이 고르고 골라 전해준 '슛포러브 월드투어' 비하인드스토리를 소개한다. 먼 타국에서 '쭈구리' 생활을 하며 고군분투했던 네 남자의 섭외 성공과 실패, 풀 스토리가 여기 있다.

1. '해외 축구 스타 섭외 1호' 카를레스 푸욜

"푸욜을 기점으로 선수들이 호의적이게 됐죠. 신뢰도가 확 올라갔달까? 푸욜이 했다는데... 의심 안 하죠! 정말 푸욜 감사해요"

카탈루냐 출생으로 선수 생활 전부를 FC 바르셀로나에서 한 '성골'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38·은퇴). 그는 '슛포러브'가 해외 축구 스타 중에서 첫 번째로 섭외에 성공한 선수다.

'슛포러브' 4인방, "카탈루냐에 푸욜이 있다"는 백승호(19·바르셀로나B) 선수 귀띔에 곧장 푸욜 찾기에 나섰다. 시작은 푸욜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1장이었다.

Good morning. My English is improving every day.thanks Cristina, Matthew, Paco. #berlitzspain #English #Berlítz #stepbystep

Carles Puyol(@carles5puyol)님이 게시한 사진님,

김동준 대표는 사진에서 힌트를 얻어 푸욜이 다니는 영어 학원을 찾았다. 검색된 학원 지점은 2개. 구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찍어서 무작정 찾아갔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학원 프런트에는 "학원 수업 들으러 왔습니다~"하고 능청을 떨었다. 푸욜 인스타그램 사진을 들이밀며 "선생님은 이 분이요"를 외쳤다. 다음날 사진 속 선생님을 만난 김 대표는 자초지종을 전했다.

"난감해하죠 선생님은. 근데 그 가운데 동준이가 센스있게 선생님 말에서 힌트를 캐치 한거예요. 저희가 '슛포러브' 영상이 담긴 아이패드를 맡기겠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언제 찾으러 올까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다음주 월요일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 사이에 푸욜이 한 번은 온다는 거잖아요" (최준우 이사)

그렇게 잠복이 시작된지 3-4일이 지난 어느 날 편안한 옷차림에 젖은 머리를 한 남성이 나타났다. 푸욜이었다. 이때부터 다시 시작된 삼고초려 끝에 '슛포러브'는 해외 축구스타 1호, 푸욜 섭외에 성공했다.

"은퇴하고 볼을 '슛포러브'에서 처음 찬거예요. 소탈함의 극치였죠. 슈퍼스타를 진짜 집 앞 공원에서 다시 만났어요. 그리고 나서는 손을 흔들면서 돌아가는데~ 후광이 나는 것 같았어요" (김동준 대표)

이하 네이버 TV 캐스트, 슛포러브 월드투어

2. '그 자리에서 OK를 외친 상남자' 위르겐 클롭

"바쁘셔서 처음엔 거절하셨는데 취지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해주셨죠. 무작정 찾아가기가 정말 되는구나 느꼈어요. 도르트문트가 왜 클롭을 사랑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아... 정말 멋있었어요!"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만난 네 남자는 그 즈음 숙소와 가까웠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찾았다. 몇 번 허탕을 치고 다시 도르트문트에 간 어느 날. 도르트문트 역에서 100유로(약 13만 원)를 주웠다.

100유로는 이날 행운의 시작이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훈련장을 빠져나가면서 거의 모두 차를 세워줬다. 오후에는 당시 도르트문트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49) 현 리버풀 감독이 차에서 내려 팬들을 만나는 이례적인 '주차장 팬미팅'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보통 차에서 내리지는 않거든요. 기적이었죠. 감독님이 팬들 사인해 주는 사이에 과녁을 부랴부랴 옮겼어요. 경비 아저씨한테 혼나고서 과녁을 안 보이게 눕혀뒀었거든요" (김동준 대표)

김 대표는 '팬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계속. 그리고 모두가 사인을 받았을 즈음 '슛포러브'라고 밝혔다. 처음엔 거절이 돌아왔다. "소아암 아이들을 돕는 기부 캠페인"이라며 영상을 보여주자 클롭 감독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OK'를 외쳤다.

클롭은 설득을 위해 "1번만 차면 된다"고 했던 거짓말도 귀엽게 넘어가 줬다. 유쾌하게 10번 슈팅을 마친 그는 독일식 유머까지 선사하고 '슛포러브'에게 멋진 형으로 남았다.

3. '정말 만나고 싶었던 우리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다들 다음 챌린지 할 선수로 지목하기도 꺼려하더라고요. 스타 중에서도 스타 같은 느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만나고 싶어서 정말 별 짓 다했는데... 모든 방법이 다 실패했어요.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죠?"

'우리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슛포러브'에게도 정말 만나고 싶은 형이었다.

야심찬 도전은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에서 시작됐다. 일주일을 꼬박 찾았다. 하다 하다 안되서 훈련장을 빠져나오는 긴 직선 도로를 4명이 팔짱을 끼고 막기까지 해봤다. 결과는 실패였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 쪽에 보내 둔 메일은 답도 없었다. 네 남자는 직접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가가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딱히 방법은 없었다. 그들은 수 많은 팬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했다.

'슛포러브'는 레알 마드리드 재단을 통해 호날두를 섭외해 보기로 했다. 현지 기자에게 물어물어 재단을 찾아갔고, 호의적인 대답까지 듣게 됐다.

"재단 담당자를 총 4번 찾아갔어요. 스타벅스 음료도 건네기도 했어요. 우리는 경비 아끼려고 마시지도 못하는 거였는데... 일종의 조공이었죠. 결과요? 음… 실패죠..." (김동준 대표)

훈련장, 홈구장, 재단까지 내리 실패한 '슛포러브'는 페이스북 친구들의 인맥까지 총 동원해 보기로 했다. 건너 건너 레알 마드리드 법무팀 직원에게 까지 연이 닿았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네 남자는 호날두 집도 갔아갔다. 하지만 동네 자체가 봉쇄돼 있어 그 마저도 실패했다. 숙소를 호날두 집 근처에 잡아볼까도 했지만 경비가 발목을 잡았다. 숙소가 1박에 200만원 가까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래요. 호날두 좀 해 달라고요. 저희도 진짜 하고 싶거든요. 근데 많은 길이 막혀있어요. 동네 형이 아니예요..." (슛포러브 일동)

4. '뜻밖에 행운, 그러나 실패' 호르디 알바

"어느덧 정신 차려보니 제가 호르디 알바 바로 옆 자리에 있더라고요... 결국엔 호르디 알바 빼고 다 '슛포러브 챌린지' 했어요. 호르디 알바 형도 하고 어머니도 하고요"

'슛포러브'는 바르셀로나도 찾았다. 섭외 대상으로 낙점한 이는 호르디 알바(27·바르셀로나)였다. 김동준 대표는 '호르디 알바 첫 팬클럽이 만들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아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슛포러브' 사단은 구단을 통해 알게 된 팬클럽 회장 주소를 무턱대고 찾아갔다. 도착해보니 허름한 맥주집. 알고 보니 서빙 보던 이가 팬클럽 회장이었다. 회장은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건너 편에서 호르디 알바 부친은 "며칠 뒤 자선 축구 때 찾아와 보라"고 했다.

알바와의 대면은 예기치 않게 이뤄졌다. 자선 축구 행사가 무르익어 한 알바 지인이 경계를 허물고 "다 들어와요~"라고 하길래 재빨리 최준우 이사가 비집고 들어갔다. 그렇게 서게 된 곳이 바로 호르디 알바 옆자리였다.

언어의 장벽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때 최 이사 정체는 탈로났다. 하지만 '구원자' 김동준 대표가 나타나 '슛포러브'를 잘 설명했다. 관심을 보인건 호르디 알바 형이었다. 호르디 알바는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의사를 전하고 떠났다.

"형도 하니까 재밌잖아요. 지켜보던 호르디 알바 어머니도 하시고요. 동네 사람들이 다 해봤어요. 거기서 안 한 사람이 호르디 알바였죠. 성공한 건가 아닌가... 애매하죠?" (최준우 이사)

자선 경기를 찾은 호르디 알바(왼쪽)과 호르디 알바 형(오른쪽) / 슛포러브 제공

5. '3단 감동 콤보를 안겨준' 존 테리

"정말 감동받았던 선수예요. '이런 일해줘서 내가 너무 고맙다. 계속 열심히 해줘'라면서 달라고 하지도 않은 소장품까지 건네는데... 와. 정말 최고였어요"

'캡틴' 존 테리(35·첼시)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섭외에 성공했다. 에이전트 회사를 찾았다가 섭외에 실패한 뒤 '슛포러브'는 영국 한 타블로이드지에 실린 존 테리 집을 검색에 검색을 통해 찾아냈다.

위성 사진을 구글 지도와 대조해서 비슷한 지역을 추려냈고 그 이후는 발로 뛰었다. 말로만 듣던 런던 부촌, '슛포러브'는 이웃에게서 "테리 집이 맞다"는 대답을 듣고서도 긴장을 풀지 못 했다. 그러던 사이 진짜 테리가 나타났지만 차마 창문은 두드릴 수 없어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놓치는 듯했던 기회는 불시에 찾아왔다. 테리가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였다.

"이건 제 느낌인데요. 준비한 영상을 보더니 테리 눈이 촉촉해졌어요.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 이었는데... 한 번도 안 끊고 그걸 다 들어주더라고요. 아, 이 사람 완전히 마음이 열렸구나 싶었어요" (김동준 대표)

테리는 딸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고서는 곧장 '슛포러브 챌린지'에 동참했다. 지나가는 동네 차에도 직접 양해를 구해줬고, 내리막이라 자꾸 흘러가는 공에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고 했다.

이하 네이버 TV 캐스트, 슛포러브 월드투어

연이은 감동의 향연에 정신을 못 차리던 '슛포러브'에게 테리는 깜짝 선물까지 안겼다.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테리 딸은 '슛포러브'가 준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테리 손에는 유니폼 1장과 축구화 2켤레가 들려있었다.

"커뮤니티 실드 유니폼이랑 그때 신었던 축구화였어요. '이거 들고 사진 찍어야 해, 증거 남겨야지'라고 테리가 말해서 인증샷도 찍었죠. 와...감동! 테리 소장품은 연말에 경매하려고요" (김동준 대표)

6. '정식 방문의 기쁨을 알게 해준' 프랭크 램파드

"유럽에서 몇 번 성공했던 '무대포'식. 미국에선 안 먹히더라고요. 첫 시도에서 실패하고 진짜 처참했는데... 결국엔 성공해서 '오피셜' 목걸이 걸고 들어갈 때 진짜 기분 좋았어요"

유럽에서 연이은 축구 스타 섭외 성공으로 자신감 충만해진 '슛포러브'. 뉴욕 시티 FC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네 사람이 간과한 게 있었다. 그곳은 '미국'이라는 것이었다. 축구 이야기만 해도 반색하던 유럽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선수들한테 말도 못 걸게 하더라고요. 경비가 삼엄했죠. 준비한 영상으로 관계자 설득해 보려고 했는데 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너희 신고한다' 수준을 넘어섰어요. 진짜 쫄았다니까요" (이하람 PD)

보기 좋게 실패한 네 남자는 혹시 몰라 설치해뒀던 과녁을 해체하며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약 한 달 뒤 정식 방문 자격으로 뉴욕 시티 FC를 찾는 반전이 발생했다. 김동준 대표가 보내 둔 메일에 프랭크 램파드(38·뉴욕시티) 비서가 연락을 취해 온 것이었다.

비서가 관심을 보이자 '슛포러브'는 지극 정성으로 답장을 보냈다. 직접 만든 램파드 포스터를 경복궁 앞에서 찍어 동봉했다. 결과는 성공. 비서는 램파드와 시간을 조율해 줬다. 그리고 역대급 훈훈한 촬영이 전개됐다.

네이버 TV 캐스트, 슛포러브 월드투어

여기서 비하인드스토리 하나 추가. '슛포러브'는 너무나 고마웠던 램파드 비서 엘사에게 작은 선물을 보냈다. 인사동에서 산 도장과 부채였다. 이에 비서 엘사는 머리맡에 세워둔 도장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까지 했다.

개인 사정으로 램파드 비서직을 그만두게 됐을 때는 '슛포러브'에 메일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문의사항 있으면 이곳으로 보내면 된다"며 메일 주소 하나를 알려줬다. 그건... 램파드 개인 메일 주소였다.

7. '향수병보다 더 쓰라렸던 희망 고문' 스티븐 제라드

"사실 될 줄 알았거든요. 존 테리가 지목한 두 선수가 다 했잖아요. 구단 찾았을 때도 정말 호의적이었는데... 결국엔 '밀당'이었어요. 제라드한테 이야기가 전달 안된 것 같아요"

일정 막판, 미국에서 또 하나의 '거물 스타'가 '슛포러브 챌린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로 스티븐 제라드(36·LA 갤럭시)였다.

'슛포러브'는 구단과 연락을 취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확답을 주지 않자 비행기를 타고 LA를 찾아가 구단 문을 직접 노크했다. 이때 '슛포러브'는 2인 체제가 돼있었다. 결혼 준비로 김동준 대표와 최준렬 작가가 미리 귀국을 했기 때문이다.

"4개월째 되니까 진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영어 잘하는 두 사람도 귀국하고요... 근데 제라드가 잘 하면 할 것 같으니까 번역기 하나 믿고 LA로 간거죠" (최준우 이사)

구단 관계자와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만남이 곧 성사될 분위기였다. 그 자리에서 "알아보고 바로 연락주겠다"는 답도 받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속절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의지의 한국인은 다시 구단을 찾았다.

"그때 그 사람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뭐야, 얘네들 또 왔어?' 하는 표정이었거든요. 답은 같았어요. '물어봐줄게!' 였죠. 물론 또 분위기는 엄청 좋았고요. 그렇게 '희망 고문' 당했어요. 될 거라 확신한 몇 안되는 케이스여서 유독 아쉽죠" (이하람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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