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존폐 위기...'알싸'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16-05-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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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축구 커뮤니티 '아이러브사커'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운영자와
국내 최대 축구 커뮤니티 '아이러브사커'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운영자와 회원들 사이 골이 깊어졌다. 명백은 유지되고 있지만 회원들이 유사 커뮤니티를 찾아 떠나고 있는 모양새다.
'아이러브사커는 망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아이러브사커'가 가졌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러브사커', 줄여서 '알싸'라고 부르는 이 커뮤니티는 2002년 8월 만들어져 10년 넘게 운영된 명실상부한 국내 축구 최대 커뮤니티다.
회원수만 해도 130만 명이 넘는다. 축구 팬들은 물론 축구 기자, 축구 선수까지 국내 축구팬들의 집합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알싸' 개설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불러일으킨 발단은 지난 17일 해외 토크방에 올라온 한 글이었다. 한 회원은 페트르 체흐(34·아스널) 스탯과 관련한 자료를 올리며 '체흐가 프리미어리그 최고 골키퍼'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판 지기에 의해 '무통보 강등'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비교 글'이라는 이유였다. 해당 사실은 강등된 회원의 친구로 알려진 '알싸'의 또 다른 회원이 글을 쓰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해명글을 쓴 회원마저도 강등되며 운영자와 회원 사이 갈등으로 번졌다.
문제의 핵심은 기준이 명확지 않은 '무통보 강등'에 관한 것이었다. '알싸'는 선수 비교 글을 금지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비교 글을 처벌하는 건 아니다.
*처벌사항 없는 비교 글
객관적 사실, 자료, 기록이 서술, 포함된 비교 글
글쓴이의 구체적인 생각, 의견이 있는 비교 글
사건이 커뮤니티 존폐를 다루는 일까지 다다른 데는 한 운영자의 글이 불을 붙였다.
"본인이, 혹은 다른 회원이 신고처리됐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불합리하다면 공개된 게시판에 '운영자 X 돼봐라'하는 식으로 글 올리지 마시고 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17일 회원 강등이 문제가 되자 한 '알싸' 운영자가 올린 글이다. 글 제목은 '게시판에 본인 혹은 타 회원의 신고처리에 대한 문의 혹은 항의글을 올리는 경우 규칙대로 활동 중지 처리됩니다'였다.
문제 제기가 어떤 것이든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면 활동 중지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에 회원들은 2차 분노했다. 결국 운영자는 해당 글은 삭제했고, 회원들은 활동 중지를 감수하고 운영진에 대한 글을 쏟아 내기에 이르렀다.
이후 운영진은 '신고 게시판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18일 새벽 운영진은 "당분간 신고 게시판을 닫는다"면서 "운영진 신고 글은 활동 중지 처리된다"고 덧붙였다.
신고 게시판이 사라지자 '알싸' 토크방은 자정 작용을 잃었다. 일부 회원들은 운영진의 커뮤니티 상업화 의혹을 제기했고, 운영진과 회원들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 알싸 내 각 게시판은 각종 축구와 관련없는 장난글과 욕설 등으로 도배됐다.
그렇다고 운영진이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다. 카페지기 월드사커는 지난 19일과 20일 사과글을 게재하며 카페 운영 방안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글에서 "저와 운영진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숙했던 모습들 모두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억울한 활동중지 회원 복구', '운영자 신고 가능'을 약속했다. '알싸' 상업화 의혹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매매설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체흐 글'에서 시작된 '알싸'발 대혼란은 정상화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혹은 정상화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발단이 된 글이 게재된 지 딱 1주일이 됐지만 수습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싸'가 난장판이 되자 일부 회원들은 '아이라이크사커'라는 새 커뮤니티를 만들어 옮겨가고 있다. '아이라이크사커'는 24일 오후 2시 기준 회원수 4만 500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