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낮잠 잘 수 있는 영화관에 가봤다

2016-03-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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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은 퇴근 시간과 더불어 직장인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가운데 하나다. 보통은 식사를

점심시간은 퇴근 시간과 더불어 직장인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가운데 하나다. 보통은 식사를 하지만 일부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쪽잠을 자기도 한다. 

넘나 피곤한 것… / giphy

다양한 자투리 시간으로 활용되는 점심시간, 이때 낮잠을 잘 수 있는 이색적인 영화관이 최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CGV여의도 시에스타 서비스다.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점심시간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영화 대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정말 1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있을까? 시간에 비해 1만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싼 게 아닌가 하는 다양한 궁금증이 들었다. 22일 점심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CGV여의도를 찾았다.

CGV여의도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지하 3층에 있다. CGV여의도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도 있었다. 이에 비하면 CGV여의도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시에스타 현수막이 세워져 있는 매표소에서 현장 결제를 한 뒤 입장권과 매점 교환권을 받았다. 

매장 곳곳에 시에스타 안내 현수막이 있었다 / 위키트리

 

CGV 관계자는 "시에스타 체험에 포함된 차는 레드베리 티와 레몬스카이 티 두가지 종류로, 매점에서 받아 가면 된다"고 안내했다. 매점에선 주문한 차와 함께 마스크팩과 헛개수 음료도 제공했다. 선착순 2000명에게 제공되는 이벤트 가운데 하나다. 귀마개와 안대도 함께 있었다. 

매점에서 제공받은 물건을 받아들고 프리미엄관으로 이동했다. 프리미엄관은 CGV여의도에서 시에스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영화관이다. 소파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에스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CGV여의도 프리미엄관 내부 / CGV 제공

 

영화관 내부는 영화 상영이 이미 시작된 것 마냥 깜깜했다. 직원이 자리를 안내하면서 담요를 전해줬다. 자리에는 슬리퍼가 놓여 있었고, 간이테이블에는 아로마향이 놓여 있었다. 

간이테이블에 놓인 아로마향 옆에 차를 뒀다. 주변을 살피니 차를 마시기 보단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 이하 위키트리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고 좌석에 앉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듬성듬성 좌석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미 안대를 쓰고 담요를 덮은 채 숙면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관 내부에선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새가 지저귀는 등 '자연의 소리' 음악이었다.

등받이를 180도까지 젖혀 앉으니 꽤 편안했다. 잔잔한 음악소리도 들리고 좌석도 푹신하니 잠깐 잠이 들기도 했다. 깊이 잠들진 못해 중간중간 깼다. 기사 작성이 아니라 정말 휴식 목적으로 갔다면 더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듯했다.

1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갔다. 시간이 지나니 영화관 내 불이 환하게 켜졌다. 여전히 누워있는 사람들에겐 직원이 다가가 깨우기도 했다. 혹시 자다 회사에 지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퇴장할 때 담요 외 차, 슬리퍼 등의 물품은 가져갈 수 있었다. 담요는 시에스타 체험 때 일시적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 개념이었다. 

시에스타 서비스 체험 때 제공받은 물건들이다. 시계방향으로 차, 헛개수 음료, 귀마개와 마스크팩, 슬리퍼, 안대다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뒷좌석에서 안대를 쓰고 곤히 자고 있었던 직장인 박현이(26) 씨는 "인터넷에서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다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오아름(29) 씨는 "생각보다 음악 소리가 크고, 조명이 덜 어두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어졌다. 체험한 뒤 불편한 사항과 개선점을 묻는 형식이었다. 이날 현장에 나온 CGV 홍보팀 관계자는 "행사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안대와 귀마개도 고객들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이날 들어온 인원을 묻자 "17명"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선 "아직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가 덜 된 거 같다"며 "어제(21일)부터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면서 문의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CGV여의도 측은 지난 18일 시에스타 행사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운영에 대한 어려움으로 '노쇼'를 꼽기도 했다. 근처 직장가에서 단체로 이용한다고 미리 전화를 한 뒤 갑작스레 취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날도 일부 노쇼 고객이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성비는 어떨까? 기자가 참여한 22일은 젊은 여직원들이 동료와 함께 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선 "평소 성비는 반반인데, 오늘은 비교적 여자분들이 많이 오셨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떠드는 사람도 없고 정말 쉬려고 온 사람들만 와서 그런지 조용했다. 가끔 들리는 휴대폰 진동소리, 기침 소리 외 딱히 신경쓰일 정도의 소음은 없었다. 정말 피곤하거나, 마음이 복잡해 안정이 필요할 때 이용한다면 괜찮을 듯하다. (다만 성향이 예민해 아무데서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계속 뒤척이기만 하다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1만원 가격이 약간 아쉬웠다. 이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조정 계획이 따로 없다. 프리미엄관에서 2시간 정도 되는 영화 한 편 보는 데 드는 금액도 2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3월 한 달 동안 시범 운영을 거치는 동안에도 가격에 대한 지적이 계속 들어오면 조정될 수도 있으나 이는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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