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꽃미남' 사범에게 반나절 바둑을 배웠다
2016-03-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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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미안하지만 퀴즈부터 풀어보자. '활로, 착수가능, 착수금지...??? 이 낯선 단
다짜고짜 미안하지만 퀴즈부터 풀어보자.
'활로, 착수가능, 착수금지...??? 이 낯선 단어는 뭐지???'
이런 분들은 제대로 클릭했다. 이 글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덕에 인생 최초로 바둑에 뽐뿌질이 온 내가 4시간 동안 1:1 바둑 강습 받은 이야기를 담았다.
바둑 한 판 둘 만큼 배울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성인 기준 평균 6개월은 배워야 한 판을 혼자 둘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얕볼 건 아니다. 바둑을 두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최소한은 익힐 수 있다. 이 뿐인가. 이세돌 9단의 위대함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지난 17일 한국기원을 찾았다. 한국기원은 서울 성동구에 있다. '미생' 장그레와 '응답하라 1988' 택이 같은 분을 만나려나? 두근거렸다.
일일 사범님을 소개합니다

이용민(26) 사범님이다. 한국기원 바둑교육아카데미에서 미생들의 바둑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기원 직원이 된 지는 1년이 됐다. 6살 때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동료 직원 제보에 따르면 명지대 바둑학과 '꽃미남' 출신이다. 부인할 수 없는 훈훈한 외모였다.
본격적인 바둑 교육에 앞서 독자들에게 당부 하나 하고 싶다. 한국기원은 일반인이 바둑을 배우거나, 두러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한국 바둑의 발전을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자격증을 발급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곳이다. 바둑을 배우고 싶다면 바둑 강좌가 있는 문화센터, 기원, 학원 등을 확인해보자. 인터넷 강의, 책 등 혼자 배울 수도 있다. 각자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물론 대체로는 일대일로 사범님께 묻고 답하며 익히는 편이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확실하다.
지금부터 이용민 사범님께 전수받은 바둑 왕기초 7가지를 공유한다. 조금 어려운 부분은 영상 설명을 넣었으니 확인하길 추천한다.
1. 돌 잡이 : "중지와 검지 사이에 돌을 끼워 편안하게"

솔직히 편안하지 않았다. 사범님은 편하다고 했다
바둑은 예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임이다. 사범님이 '이렇게 해라'라 강요하지 않고, '이왕이면'이라는 말을 항상 붙이는 게 인상깊었다.
2. 따내기와 착수금지 : 돌의 생사는 '숨구멍'이 좌우한다

바둑판은 1년을 이루는 날 수와 비슷한 361개 선으로 이루어졌다. 바둑판을 두고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데엔 이런 연유도 있다고 한다.
돌은 선과 선이 만나는 교차점에 놓을 수 있다. 교차점에 돌을 둬보자. 돌 상하좌우로 뻗어나가는 선이 활로, 사는 길이다. 사범님은 "어린 아이들에겐 숨구멍이라고 설명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돌을 죽이려면? 돌의 숨구멍을 모두 막아야 한다. 숨구멍이 막힌 돌은 따낼 수 있다.

3. 완생 : 돌이 완생하려면 독립된 두 집을 만들어야 한다

웹툰·드라마 덕에 '미생'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미생은 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상태다. 즉, 아직 완생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완생은 독립된 두 집을 가진 상태다. (바둑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더니... 여기에서도 집 가진 자가 이깁니다ㅠ) 예를 들어 흑돌이 움짤과 같은 모양으로 독립된 두 집을 가졌다 하자. 백돌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영원히 착수금지다. 따라서 이 흑돌들은 활로를 영원히 확보할 수 있다. 즉, 완생이다.
여기서 퀴즈!
확실히 알겠는가? 이 그림에서 흑돌은 딱 한 수로 완생할 수 있고, 미생에 그칠 수도 있다.

돌 하나로 결정되는 완생과 미생
4. 패 : 호구가 서로 맞물리면 팻감이 필요하다
지금부턴 본격 돌 따내기 전략을 알아보자. 우선, 퀴즈로 시작해볼까.
큰 멘붕에 빠졌던 퀴즈다. 자신있게 착수불가라 외쳤다. 사범님은 어금니 악 물고 다시 설명했다. 화살표 자리에 흑돌을 두는 순간, 백돌 한 개의 활로가 모두 막힌다는 게 보이는가. 흑돌로 둘러싸인 백돌을 따낼 수 있다. 흑돌이 백돌을 따내며, 자신의 활로를 확보한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서로 먹고 먹히는 패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만든 규칙이 팻감이다. 패 모양이 만들어져 상대방에 돌을 따먹힌 사람은 다른 곳에 무조건 한 수를 둔 뒤 다시 패 자리에 돌을 둘 수 있다. 이때 다른 곳에 두는 돌을 팻감이라고 한다. 자세한 건 다음 영상을 보자.
1번 혹은 3번에 흑돌을 둬야 백돌의 활로를 하나라도 줄일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답은 2번이다. 2번에 흑돌을 두자. 백돌을 1번에 두든, 3번에 두든 백돌은 결국 단수가 된다. 백돌은 죽은 목숨이다.
이렇게 활로가 두 개 남은 돌을 잡기 위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돌을 두는 전략을 장문이라 한다. 자세한 건 영상으로 확인하자.
유튜브, wikitree4you
6. 축 : 내다보니 이미 '계단' 모양을 이루다 죽더라

바둑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느냐의 싸움이었다. 하수는 절대 이 백돌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 위키트리
이 백돌은 이미 죽었다. @_@
왜? 백돌이 살기 위해 수를 둘 때마다 흑돌이 단수를 해올 테고 그러다보면 긴 계단 모양의 축을 이룬다. 결국 코너에 몰린 백돌은 죽고 만다. 수를 내다보지 못하는 자는 끝까지 해봐야 알지만 수를 내다보는 자는 이미 안다. 이런 형태를 축이라 한다. 축 모양은 더이상 돌을 둘 필요도 없다.
하지만 축이 만들어지는 방향에 백돌과 만날 수 있는 다른 백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있던 백돌과 만나 활로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으로 죽을 운명을 바꿀 이 돌을 축머리라고 한다.
자세한 건 영상으로 확인하자.
유튜브, wikitree4you
7. 환격 : 나를 미끼로 써서 상대방을 잡는다
어려울 거다. 1번이든 2번이든 무슨 차이인가 싶겠지만 하나씩 해보면 안다.
1번에 흑돌을 둔다면 백돌이 2번 자리를 채운다. 2번 자리를 채운 백돌은 이제 활로가 더 많아진다.
즉, 흑돌이 백돌을 잡으려면 2번에 둬야한다는 이야기다. 흑돌 입장에서 2번은 호구다. 호구에 스스로 들어간 흑돌은 곧이어 1번 자리에 들어온 백돌 때문에 잡히고 만다. 그러나 이건 미끼다.

백돌이 2번 자리에 있는 흑돌을 따낸 뒤가 중요하다. 이제 흑돌 차례다. 흑돌은 다시 2번 자리에 착수할 수 있다. 그리곤 활로를 잃은 백돌 3개를 따낼 수 있다! 하나 내주고, 세 개 얻은 셈이다.
이처럼 내 돌을 희생해 상대방 활로를 끊어 더 많은 돌을 따내는 전략을 환격이라고 한다. 자세한 건 영상을 참고하자.
4시간 가량 일대일로 친절히 설명을 들었지만 몇 번이고 멘붕이 찾아왔다. 바둑은 기술을 외운다고 해서 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범님은 이런 말을 했다.
바둑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은 독자는 두려워말고 바둑판에 몸을 맡겨야 할 듯하다.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각종 수를 탐구해보자. 바둑의 세계는 두드려야 열린다.
그런 의미에서, 배운 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