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호형' 강명호 사진기자 인터뷰
2015-12-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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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 giphy포털사이트 네이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동생을 거느린 '명호형
"형♥♥♥♥♥" / giphy
포털사이트 네이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동생을 거느린 '명호형'이 있다. '스타 사진기자' 강명호(50) 줌인스포츠 기자다.
그는 치어리더, 아나운서, 배트걸 등 스포츠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주로 찍어 사진 스토리 기사로 연재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구도 자체가 과감하고 기사 톤이 친근한 것이 많은 '동생'들을 매혹시켰다.
물론 자극적인 사진은 다른 사진 기자들도 많이 찍는다. 하지만 그는 '격하게' 과감하다. 특정 신체 부위 강조와 일명 '섹드립' 등도 서슴지 않는다.
'네이트 동생'들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최근 강 기자의 대표 기사다. 대략 이 정도 수위다.
'동생들' 반응은 이랬다.

사실 강 기자가 '여성 코드'로 주목을 받은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는 10여 년 전에는 메이저리그 특파원으로 박찬호 선수를 담으며 '박찬호 기자'로 이름을 알렸고 약 5년 전에는 '경기 뒷이야기를 담는 기자', '야구장 기자'로 불렸다.
그런 그를 지난 14일, 을지로 3가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고고한 이름인 '박찬호 기자'를 버리고 '여성 노출 코드'로 갈아탄 것일까. 그게 궁금했다.

누빔 점퍼에 백팩 차림. 그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강한 내공이 느껴졌다. 한 카페에 자리 잡고 나서 강 기자에게 대뜸 물었다. 질문은 "'박찬호 기자'에서 아나운서, 치어리더 등 스포츠 업계 여성 종사자들 사진을 찍는 기자로 어떻게 변신했냐"였다.
그는 "사진을 오래 찍고 경험도 많고 그러다 보면 보는 것도 많아지고 만들 수 있는 거리도 많아지고 한다. 또 '네이트 동생들'에 맞춰주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흘러가게 됐다"고 답했다.
진짜 속내는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꼭 그런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니다. 오해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여성들 찍는 것에 대해 알려져 스트레스가 있었다"
강 기자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기만큼 악플도 많이 받는다. "이 정도면 '도촬'아니냐. 기자 맞냐"고. 자연스레 질문은 '악플'에 관련한 것으로 이어졌다.
"흠...옳지 않아. 기자가 말이야..." / giphy
-악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적하는 것에 대해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반성이나 발전의 계기도 된다. 하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웃음).
그런대도 좋든 안 좋든 댓글을 많이 참고한다. 거기서 힌트를 얻고 도움을 받은 적이 많이 있다. 나쁜 댓글이든 좋은 댓글이든 신경 쓰는 수준은 넘어섰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포착해주는 게 간혹 있어 오히려 고마울 때도 있다.
-댓글로 힌트를 얻어 작성한 기사가 있나. 들려달라.
(멈칫) 배우 클라라 씨가 타이즈를 입고 시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시구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뒷모습이나 그런 사진이었다. 그런데 댓글에서 티팬티 이야기를 하더라. 원본을 보니 라인이 보였다. 다음 번 기사에 그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 소위 말해 대박이 났다. 댓글에서 말해 줘 알아챈 거였다.
-사진 찍히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막 찍어 달라고 하는 분들은 솔직히 없다. 그렇다고 "찍지 마세요"라고 하는 분들도 없다. 과거에는 "노출이 심한 사진은 보기가 좀 민망했습니다"하고 오다가다 만나면 한 마디 하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 요즘 세대들은 그런 부분에 민감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은 더 없는 것 같다.

강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해 '사진 스토리 기사'라고 불렀다. 그는 기존에 한 장 한 장 따로 독자에게 보여지던 형식을 탈피해 여러 장을 스토리와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스토리 텔링'을 하는 사진 기자. 요즘에도 드물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
포털사이트가 대중적이기 이전부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한 건 2003년 정도부터다. 묻는 사람마다 놀라긴 한다. 그렇게나 빨리했냐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당시에는 엄청난 '형식 파괴'였을 텐데.
미국 메이저리그 특파원 시절이었다. 당시에 박찬호 선수가 뉴욕 양키즈를 상대해서 이겼다. 아마 2002년도 였을거다. 그때 평소 보던 박찬호 선수와 좀 달랐다. 상대가 양키즈니까!
더그아웃에서도 계속 흥분돼있었다. 옆에서 보는데 "아 정말 기분이 좋은가보다"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저걸 한국에 정리해서 보내줘야겠다 생각했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한국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알기는 어려우니까. 그래서 스토리 만들어서 보내는데 19시간이 꼬박 걸렸다. 인터넷이 잘 안되던 시절 얘기다.
-'박찬호 기자'로 이름을 알린 뒤에는 야구장 뒷이야기를 전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어 야구장을 지적하는 기사는 한국 야구장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는데.
야구장을 다닌 게 20년이 넘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만 4년 취재했다. 자연스럽게 각 경기장들이 비교가 됐다.
과거에는 야구장 안전 그물망이 녹색이었다. 녹색 그물망을 통해 경기장을 보면 왜곡이 된다. 녹색 그물망을 두고 사진을 찍으면 그물망이 색을 반사해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된다. 검은색이면 색 흡수하니까 눈으로 보는 그대로 사진이 나온다. 그걸 지적했는데 한화 이글스에서 제일 먼저 바꿨고 다른 구장들도 후에 따라 바꿨다. 나도 깜짝 놀랐다.
- 기아 타이거스 신축 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익사이팅 존 관련해서도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처음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익사이팅 존(내야 관람석 맨 앞자리 중 일부를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게 한 좌석)이 지나치게 많이 튀어나와있었다. 그러면 더그아웃에서 볼 수 없는 사각지대도 생기고 선수들 수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판단했다. 물론 기사에 동의하시는 분도 안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 KBO 초대로 한국을 찾은 메이저리그 경기장 전문가 머레이 쿡이 같은 지적을 하셨다. "익사이팅 존이 너무 튀어나와 있다. 저건 문제있다"고. 상식선에서 지적한 건데 머리이 쿡이 같은 말을 해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후에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그래도 스토리 구성은 꾸준히 선수와 경기장. 야구 본연에 관한 것이었다. 여성들에게로 초점이 바뀐 이유가 특별히 있었나.
본격적으로 테마를 바꾼 것은 2013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속상하고 서글픈 건데...숨겨진 애환이라면 애환이다. 박찬호 선수가 은퇴한 게 하나의 기점이 됐다.
전성기를 카메라에 담았던 사람으로서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담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2012년에 은퇴한 느낌이 진했다. 그 때까지는 박찬호 선수에 대한 걸 담아내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사라져 버린거다.
또 당시 많은 스토리 기사를 생산할 수 있었던 팀이 기아 타이거스나 롯데 자이언츠였는데 선수들 이동도 많아지고 하면서 스토리 생산에 조금 답답해지는 경향이 생겼다. 스토리 발굴에 탄력을 잃은 거다.
그 마침 '네이트 동생'들에 맞춰줘야 하는 것도 생기다 보니까. 초점이 그렇게 맞춰진 것 같다.
"휴우…" / giphy
-관심이 자극적인 사진들에 쏠리는 것에 대해 서운한 점은 없는지.
말했다시피 비판에 대해서는 받아들인다. 상처받고 하는 차원도 넘었고. 다만 비율을 좀 달리하려고 한다. 너무 100% 여성 코드로하지 않으려는 거다. 장애인 체육 전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알려주고 말할 부분이 정말 많다. 여러가지 준비 중이니 기대해 주면 좋겠다.
-사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기사, 움짤 시도. 대화체. 많은 걸 시도했다. 향후 더 시도하고싶은게 있다면.
포토스토리 완성도 높이기 위해서는 사실 팀이 필요하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한 팀이 되서 스토리를 생산했으면 한다.
기획도 하고, 취재도 하고.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 취재를 당하는 사람, 3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사를 만들고 싶다.
-어떤 사진 기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사진 기자라면 다 똑같을 것 같다. 초등학생 같은 답일 것 같긴 한데...'사진 잘 찍는 사진 기자'로 기억 남고 싶다.
포토스토리는 흐름이 중요하니까 사진 화질 같은 것은 사실 떨어져도 큰 상관은 없는데 댓글이 무섭다. 댓글이 먼저 알아본다. "형님 카메라 바꾸셔야 겠네요"라고. 그러니까 결국에는 포토스토리에 들어가는 사진도 잘 찍어야 한다는 거다. 잘 찍고 싶다.
끝으로 강 기자는 그를 응원해주는 이들과 악플을 남기는 이들을 향해 한 마디씩 남겼다.
To. 네이트 동생들
관심가져줘 고맙고,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테니까 더 많이 응원해 줘라. 동생들아.
To. 비판하는 이들
이전에 해왔던 것들도 관심 가져주면 고맙겠고. 또 다른 것도 준비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주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