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에 백남준, 욕실에 리히텐슈타인' 미술관이 된 호텔
2015-10-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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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준 작가 작품 'Smiling face'가 걸려있는 309호 객실 / 이하 위키트리

309호 객실에 들어서자 TV가 그려진 그림이 보였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고 백남준 씨 작품 'Smiling Face'(1986)다. 고개를 돌리자 고급스러운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아, 눕고 싶다' 생각한 찰나, 방 한가운데 놓인 조각 작품이 시선을 잡는다. 벌거벗은 두 사람이 서로를 꼭 안고 있다. 그들 머리 위로 분홍빛 구름이 높이 치솟았지만 표정은 쓸쓸하고 공허하다. 유럽에서 활발히 전시 활동 중인 젊은 작가 최수앙(40) 씨 작품이다.
지난 22일 서울 남산 반얀트리 호텔을 찾았다. 이곳은 오는 25일까지 제 1회 반얀트리 아트페어가 열린다. 이 기간동안 호텔 6층 객실 16개는 미술관이 된다. 국내 최고 갤러리와 기관 20여개가 참여했다.
가나아트에디션, 라흰, 아라리오 갤러리, 박여숙 화랑, 갤러리 구, 갤러리 플래닛+아트 딜라이트, 바나나롱 갤러리, 지익스비션, 갤러리 위, 공근혜 갤러리, 에스엠 파인 아트 갤러리, 그레이월,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JJ 중정 갤러리, 아트 센터 피플러스, 김재선 갤러리, 갤러리 아리랑 등이다.

314호 세면대 사이 리히텐슈타인 작가의 조형물, 앞은 김수강 작가 'Towel' 시리즈
폭신한 침대 위에 놓인 그림, 세면대 위에 놓인 조각, 옷장 안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등을 둘러보다 보면 취향 좋은 콜렉터의 집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권오상, 김수강 등 국내 유명 작가부터 최근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까스텔바작 작가의 '리좀(Rhizome)' 시리즈, 머리카락 등 인모로 작업하는 작가 세나(SENA)의 조형물까지 지금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이 호텔 구석구석을 채웠다. 실제 책을 뜯어 만든 이지현 작가 작품 '성경', '푸치니 나비부인'도 흥미롭다.




'오아시스' 뒤편 '카바나'에서는 좀 더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 루프, 커먼센터, 헬로뮤지엄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영리기관 4곳 작품이다. 갤러리 루프에서 만난 정찬부 작가는 "도마뱀, 도룡뇽은 환경 오염 정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이것을 빨대를 이어 붙여 만든 것"이라며 작품 'Antibarometer'(2012)를 설명했다. '꽃'이라는 글씨를 활용한 장준석 작가의 'Fantasiless'도 눈길을 끌었다.

정찬부 작가 'Antibarometer'와 장준석 작가 'Fantasiless'가 함께 놓인 수영장 바닥.

정찬부 작가

커먼센터 전시 공간

그레이월 변홍철 대표
이번 아트페어를 감독한 그레이월 변홍철 대표는 "호텔에서 이루어지는 아트페어는 여럿 있다. 하지만 이번 반얀트리 아트페어는 야외 수영장 등 호텔 객실 밖으로 공간을 확장해 다른 호텔 아트페어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카바나 공간에 비영리 기관 4곳을 초청해 신진 작가들을 아트페어에 소개하려 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반얀트리 아트페어에는 10만원대부터 6500만원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입장료도 1만원으로 책정하고, 인디밴드와 아트퍼포먼스 등 공연도 준비했다. 호텔 아트페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반얀트리 아트페어는 23일과 2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열린다. 행사 마지막날인 25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23일 3시에는 아트 퍼포먼스 '배낭속 사람들'이, 저녁 7시에는 블루스 음악을 하는 '삼김시대(김일두, 김대중, 김태춘)' 공연이 열린다.
24일과 25일 역시 아트 퍼포먼스, 밴드 공연 등이 준비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반얀트리클럽'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위키트리 전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