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청역에 '달콤창고'를 만들어 봤다"
2015-10-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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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 강남역 달콤창고 / 위키트리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퇴근길과 하교길 지하철 역은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퇴근길과 하교길 지하철 역은 지친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하곤 한다. 가끔은 험악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서로 다퉈 무서울 때도 있다. 이처럼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고 삭막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하철에 특별한 물품 보관함인 '달콤창고'가 있다고 해 화제다.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은 대개 짐이 많은 사용자가 자기 짐을 일정 기간 맡기기 위해 사용한다. 이와 달리 '달콤창고'는 '자기 자신'이 아닌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개설된 공간이다. 이름처럼 초콜릿이나 사탕 등 온갖 달콤한 간식들과 메시지가 가득한 '달콤창고'를 체험해 봤다.
달콤창고: 익명 SNS 앱 '어라운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나눔 캠페인.
지하철역과 학교 사물함을 대여해 '달콤창고'를 개설할 수 있다. 운영 방법은 개설자가 사물함에 초콜릿이나 사탕 등 간식과 편지를 두고, 어라운드 앱에서 '달콤창고' 위치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 된다.
이후 다른 사용자들은 해당 게시글을 보고 그곳을 찾아가 간식을 가져갈 수 있다. 또 간식을 가져가거나 자신이 갖고 온 간식을 '달콤창고'에 두고 오면 앱에서 방문 인증 글을 남기면 된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지하철역은 강남역, 강변역, 신도림역 등, 학교는 삼육대, 충북대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1. 달콤창고 방문하기
달콤창고 방문에 앞서 우선 달콤창고가 어디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현재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 회사. 집 근처에 달콤창고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달콤지도'를 확인하자. (☞바로가기) 지도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달콤창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달콤창고를 만든 사용자가 담당자에게 달콤창고 개설 정보를 보낸 후 '달콤지도'에 등록되는 방식이다. 달콤지도 담당자 또한 어라운드 앱 사용자로, 자발적인 재능기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앱 화면 상단에 있는 검색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 검색창에 '달콤창고', 혹은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역을 검색해보면 나온다.
달콤창고를 이용하는 방법은 일반 물품 보관함을 사용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단 방문 전 달콤창고 위치와 비밀번호를 어라운드 앱에서 검색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지난달 23일과 29일 퇴근 후, 신도림역과 강남역 달콤창고를 방문했는데 역마다 제각기 특징이 달랐다.
신도림역 달콤창고에는 풍성한 사탕 바구니와 귀여운 메모지가 눈길을 끌었다. 또 강남역 달콤창고는 다른 곳과는 달리 책이 있어 독특했다.
달콤창고를 방문한 후 앱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또 달콤창고에서 간식을 챙겨가거나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만약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달콤창고가 너무 멀어서 가기 어렵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회사 근처 '시청역'을 검색했을 때 달콤창고가 운영되고 있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했다.
2. 달콤창고 만들기
달콤창고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하철 역이나 대학교 사물함을 대여해 그것을 '달콤창고'로 사용하면 된다. 여기선 지하철 역 달콤창고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1. 일단 지하철 역 물품 대여함으로 간다.
본인이 자주 가는 지하철 역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달콤창고를 잘 관리할 수 있다.
2. 사물함을 신청할 때, 이용개월은 최소 1개월로 택한다.
개설자 본인을 시작으로 다른 사용자들까지 확산되는 것을 염두에 두다보니 어느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물론 재정 상황에 따라 하루 정도 깜짝 '달콤창고'를 운영할 수도 있다. (한달 대여할 경우 보증금을 합쳐서 5만 5000원이다.)
여기까지만 하면 달콤창고가 개설된다. 결제는 현금, 티머니, 후불교통카드, 휴대폰으로 할 수 있다.
3. 달콤창고에 간식이나 쪽지 등을 둔 후, 어라운드 앱에 접속해 달콤창고 위치와 비밀번호를 올리면 된다.
개설 이후 다양한 사용자들이 시청역 달콤창고를 다녀갔다.
지난달 25일 간식 몇 개로 단출하게 시작했던 달콤창고는 불과 5일 만에 커피, 비타500, 초콜릿 등 다양한 간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익명의 한 사용자는 기자가 작성한 달콤창고 개설 글에 대해 "시청역에서 출퇴근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시청역에 달콤창고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빨리 (달콤창고에 간식을) 채우러 가고 싶어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들은 "눈으로 따스함을 확인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이 글 보신 시청역 근처 분들은 얼른 달려가셔서 따뜻한 마음 얻고 오세요"라는 글을 적었다.
달콤창고를 직접 방문도 하고, 개설도 해보면서 '어라운드' 앱 사용자 가운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다면 적은, 많다면 많은 금액을 투자해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라운드' 앱 개발사 '콘버스' 관계자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안녕하세요. 어라운드 앱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어라운드 앱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꾸며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을 지향하는 익명 SNS 앱입니다. 생각한 대로 적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한 글을 남기고, 이와 관련해 다른 사용자들은 격려와 공감, 위로를 던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익명 SNS 앱인데도 악플이 거의 없는 게 신기해요.
= 마음 속 이야기를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적은 마음 속 이야기를 폄하하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달콤창고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요?
= 원래 처음엔 어라운드 앱 사용자들끼리 초콜릿을 나누자는 '초콜릿 운동'이 먼저 시작됐으나 사용자가 적다 보니 약간 흐지부지됐습니다. 그 이후 어떤 사용자가 지하철 역 사물함에 초콜릿을 채워놓고 자신의 이야기와 사물함 위치, 비밀번호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라운드 앱 사용자가 만든 '달콤지도'에 따르면 '달콤창고'는 강남역에서 처음 시작됐다.
- 달콤창고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사용자들의 따뜻한 나눔에 항상 감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혹여나 누군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을 잊지 말고, 따뜻함을 전하는 새로운 소통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